'서면의 거리에 바람이 분다. (…) 해안에서 부는 사람은 서면의 거리를 거쳐 내륙으로 나아가고, 내륙에서 부는 바람은 서면의 거리를 거쳐서 해안으로 빠진다. 바람이 통하는 거리인 서면은 소통의 거리이고, 그렇기에 모든 세대가 서면으로 모여 거리를 걷기에 공존의 거리이자 다양성의 거리다.'

동길산 시인이 '100가지 서면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동길산 시인이 쓴 '100가지 서면 이야기'(부산진구청 펴냄)는 바람 부는 서면의 거리에서 시작된다. 시인은 서면의 거리가 '바람의 거리'라고 했다. 부산의 동·서를 지나는 관문이자 중심부인 서면의 지리와 도시가 갖는 의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100가지 서면 이야기'는 동 시인이 2006년 9월부터 2014년 2월까지 100달 동안 부산진구 구보에 연재한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서면이란 한 지역을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 것, 8년 4개월간 글을 쓰고 실은 것에서 지역에 대한 애정과 뚝심이 느껴진다.

서면은 부산을 대표하는 번화가다. 대형 쇼핑몰이 우뚝 솟았고, 술집과 음식점이 즐비하며, 서점 도서관 영화관 등 놀 거리와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동 시인은 서면의 화려하고 번잡스런 모습의 이면을 주목했다.

그는 부산의 어느 곳으로든 통하는 서면로터리를 '마음의 로터리'라 표현하고, 겨울철 인파 속에서 울리는 구세군의 종소리에서 서면의 겨울을 느낀다. 밤이면 도시를 화려하게 비추는 불빛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고 부전시장, 송상현광장, 부전역, 철물상가 등 서면 곳곳을 누비며 추억을 되새긴다.

서면교차로의 옛 모습. 국제신문DB

최근 서면 전포 카페거리가 미국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가봐야 할 세계 여행지' 52곳 중 하나로 뽑혀 부산진구가 고무됐다. 하지만 시인의 발길을 따라가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도심 곳곳의 나무, 돌비석, 지하상가 등 서면에서 가봐야 할 곳은 무궁무진하다.

동 시인은 "첫 직장이 서면 인근이어서 인생의 황금기인 20대를 이곳에서 보냈다. 서면을 거닐고, 기억하며, 글로 남긴 것이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부터 서면에서 나아가 '부산진 이야기'를 쓰고 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