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연구·아카이브 축적 등
- 심포지엄서 전문가들 의견 나눠

"임응식의 현실 타협적인 사실주의가 한국사진의 역사적 전개과정에서 어떤 공과를 남겼는지 좀 더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한국사진문화연구소 최봉림 소장 발제 중)

	임응식의 1960년도 작품 '환호와 절규'.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부산 출신으로 한국의 1세대 사진가이자 사진예술계에 큰 영향을 끼친 임응식(1912~2001)이 주창한 '생활주의 사진'에 대해 비판적이고 신중한 재평가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9일 오후 부산시립미술관 강당에서 열린 '시간의 산책자들-임응식, 정인성' 전 연계 심포지엄에서였다. '임응식, 정인성' 전은 오는 26일까지 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본지 지난해 12월 22일 자 25면 보도)

이 심포지엄은 두 사람의 작품세계를 살펴보기 위해 사진사 연구자인 사진아카이브연구소 이경민 대표와 한국사진문화연구소 최봉림 소장, 부산시립미술관 이진철 학예연구관이 발제하고 고은사진미술관 이미정 큐레이터와 뉴욕시립대 미술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사진사를 연구하고 있는 김지혜 씨가 참여해 질의응답을 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청중을 가장 집중시킨 순서는 최 소장의 '임응식의 '생활주의 사진' 재고' 발제였다. 최 소장은 "생활주의 사진은 리얼리즘(사실주의) 사진의 한 분파적 성격을 띨 뿐이며 '생활주의적 사실주의 사진'의 축약형"이라며 "리얼리즘이라는 보편적 용어를 지우고 생활주의라는 신조어를 사용한 이유는 당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에서 비롯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최 소장은 또 "'생활주의 사진'은 현실참여적인 리얼리즘을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도 지적했다. 주요 공모전이나 단체전을 통해 생활주의 사진으로 대변되는 비정치적이고 온정주의적인 리얼리즘을 사진의 본령으로 여기는 세태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응식, 정인성' 전과 이번 심포지엄을 기획한 이진철 학예연구관은 "한때 사진의 중심이었던 부산에서 1세대 사진가 임응식에 대한 연구와 아카이브 작업이 지금까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최 소장의 지적은 임응식 작품이 아니라 작품해석이 과포장됐다는 뜻이며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응식은 6·25전쟁 당시 종군사진기자로 활동하며 대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회화주의적 사진(살롱사진)에서 벗어나 아름답든 추하든 삶 속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표현해야 한다는 '생활주의 사진'을 주창했고, 이는 한국 사진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부산이 낳은' 한국의 큰 예술가임에도 막상 부산에서는 임응식에 관한 재조명이 활발하지 못했다. 그를 제대로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이날 심포지엄 같은 격의 없는 토론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