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추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탄탄하다. 뛰어난 추리력, 허를 찌르는 역발상, 빈틈없는 사건 구성에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특이한 능력, 뛰어난 머리, 특별한 감에 기대는 추리가 아닌 골목을 누비며 사람을 만나고 이곳저곳 꼼꼼히 뒤져 실마리를 풀어가는 추리 방법이 투박하지만 매력적이다.

기린의 날개는 그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신작이다. 전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시간 여행을 통해 환상과 감동을 안겼던 것과 또 다른, 그만의 탄탄한 추리와 문장으로 독자에게 쫄깃한 긴장감과 감동을 안긴다. 그의 대표작인 '가가 형사 시리즈' 9번째 작품이며, 2012년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누렸다.

사건을 끌어가는 인물은 가가 형사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하기 힘들어하는 마음 약한 모습을 지녔지만, 사건에 관해서는 집요하고 빈틈없다. 평범하면서 비범한 형사다. 어느 늦은 밤 도쿄 한복판 니혼바시 다리에서 건축 부품 제조회사 본부장 아오야기 다케아키가 가슴에 칼이 찔린 채 발견된다. 그는 칼에 찔린 채 한참을 걸어와 다리 중앙에 있는 기린 조각상을 향해 기도하는 자세로 쓰러졌고, 끝내 숨졌다. 두 시간 뒤 사건 현장 인근 공원에서 한 청년이 경찰의 불심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트럭에 치여 의식불명이 된다. 경찰은 청년이 다케아키의 지갑을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청년이 다케아키의 회사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일하다 6개월 전 사고로 다친 후 산재 처리도 받지 못하고 해고된 사실을 알게 된다. 경찰은 그를 살인 용의자로 지목한다. 하지만 미심쩍은 게 많다고 느낀 가가 형사가 직접 조사에 나서고, 다케아키를 둘러싼 비밀과 젊은 청년의 불행한 과거가 드러난다.

백문이 불여일견. 만약 히가시노 게이고를 잘 모르는 독자가 이 책을 잡았다면, 그의 전작까지 줄줄이 손을 대게 될 것이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