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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7> 새해 덕담을 생각한다

행복과 불행의 기준을 세우지 말라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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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2-03 19:17:24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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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설이 있어서 한 해에 두 번의 새해를 맞고 두 번의 덕담을 하게 된다. 이 덕담을 총괄하면 뜻하는 일 모두 성취하여 행복하라는 말이 되겠다.

   
행복과 불행의 기준을 세우지 말고 이미 받아든 '비빔밥'을 유감없이 뜨는 사람이 진정 행복을 아는 사람이다.
새해 덕담만큼만 되면 삶은 더 바랄 게 없을 듯하다.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 해 내내 덕담과 달리 괴로운 일이 바다와 같이 차고 넘친다. 뜻하는 일만 빼고 모든 일이 일어난다.

문제는 기준을 세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행복의 기준을 세우는 순간, 그 외 모든 것은 불행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자기의 기준에 따라 행복과 불행을 나누는 일 자체를 불온시한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일을 나누는 것을 문제 삼는다. 이렇게 상대되는 둘을 세우고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을 우리는 생각이라 부른다. 결국, 문제는 생각이다. 불교에서는 바로 이 생각을 내려놓으라고 가르친다.

둘로 나누는 생각을 내려놓고 보면 모든 일이 이미 완전하다. 깊은 숲속이나 번잡한 시장이 있는 이대로 완전하다. 봄 꽃, 여름 바람, 가을 달, 겨울 눈이 있는 이대로 완전하다. 일 년 사계절 모두 행복한 호시절이다.

이 생각 없음은 아무런 지각작용도 없는 무생물의 상태와는 전혀 다르다. 그것은 비어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생각 없음은 우주법계를 꽉 채우고 있는 부처마음과 하나로 만나는 일이라 해야 옳다. 이러한 생각 없음의 자리에서 진짜 행복이 나타난다.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 없는 자리를 체험하도록 하는 일이 선종의 역사를 장식해온 것이다.

임제 스님은 고함을 쳤다. 그 고함소리가 뜰을 지나는 이 바람, 코끝을 스치는 이 냄새와 어울려 지금 당장 완전한 우주법계를 형성한다. 이렇게 한 그릇 잘 비벼진 비빔밥을 받아 콩나물과 고추장을 구분하지 않고 유감없이 한 숟갈 뜨는 것이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덕산 스님은 몽둥이를 휘둘렀다. 이것이 시간과 공간을 꽉 채우며 지금도 후려치기를 거듭하고 있다. 이 몽둥이질은 때로는 눈보라로 천지를 채우고, 때로는 꽃향기로 옷깃에 스민다. 요컨대 그것은 매 순간의 이러함으로 우리와 만난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당장의 이러함에 100% 맡겨 덕산의 몽둥이를 수용해야 한다. 욕을 먹었다고 억울해하고, 몽둥이에 맞았다고 싫어한다면 그는 생각의 강물에 빠진 사람이다. 생각의 강물이야말로 지금 이것으로 드러난 행복을 거절하고 여기에 없는 무엇을 찾아 표류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둘로 나누는 생각의 강물이 고통의 바다를 여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과 불행의 기준 세우기를 멈추고 이미 받아든 비빔밥과 하나로 만날 필요가 있다. 얼음을 비벼 불을 만들려 하는 대신 얼음은 시원하게 쓰고, 불은 뜨겁게 쓸 필요가 있다. 모래를 쪄서 밥을 만들려 하는 대신 모래는 마당에 뿌리고, 밥은 밥상에 올릴 필요가 있다.
우리는 행복을 지향하지만, 그것이 지금 이 현장과 하나로 만나는 일의 다른 표현이라면 애초 행복을 향해 나아갈 일이 없다. 있는 이대로 맡기는 것이 행복의 성취이고, 있는 이대로 자유롭게 쓰는 것이 행복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행복에 대한 지향 자체를 내려놓고 올 한 해는 지금 당장 이것부터 행복하였으면 한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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