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 증강현실로 세계 각지 여행
- 노동자 프리랜서 일자리 선호 등
- 40년 후 달라진 미래세상 예측서

크리스퍼(CRISPER)라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유전자 가위'다. 박영숙 박사와 제롬 글렌은 최근 함께 펴낸 저서 세계미래보고서 2055에서 크리스퍼를 '앞으로 3년 안에 이루어질 거대한 폭발들'이라는 단원에 포함했다. 설명을 잠깐 들어보자.

'세계미래보고서 2055'에서 자율주행차는 가까운 미래에 우리 삶을 급격히 바꿔놓을 존재로 꼽힌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개발한 자율주행 콘셉트 카 'F015 럭셔리 인 모션'. 2055메르세데스-벤츠 제공

"가장 놀랍고 무섭기까지 한 유전자 기술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다. 기존에는 유전자를 잘라내고 새로 바꾸는 데 몇 년씩 걸렸다. 크리스퍼/카스9를 이용하면 단 며칠이면 된다.…그 잠재력은 엄청나다. 크리스퍼/카스9를 사용하면 모든 생물체의 유전자를 수정할 수 있으며 이 말은 자연을 우리의 이익에 따라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뜻한다. 작년에 유전자 편집으로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소녀를 처음으로 구해냈다."(48쪽)

'사물인터넷 분야' 항목도 짚고 넘어가 보자. "향후 3년 이내에 4K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그리고 광대역으로 클라우드와 연결된 일련의 센서들을 갖춘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헤드셋이 급속하게 보급된다. 그러면 우리들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위해 여행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현실만큼이나 생생한 가상 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31쪽)

약간은 먼 미래에 관한 예측도 있다. 제3장 인공일반지능과 제4차 산업혁명에서는 '정규직은 사라지고 인류의 절반은 프리랜서가 된다'는 글이 있다. "기업을 비롯해 노동자 또한 정규직으로 일하기보다 기업의 요구에 따라 월, 일, 시간 단위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으로 이미 세계는 프리랜스 사회로 변화했다. 일자리의 36퍼센트 정도가 프리랜서 일자리다. 이 숫자는 2020년까지 40퍼센트가 되며 일부는 50퍼센트에 이른다."(150쪽)

이 글에 눈길을 끄는 것은 노동자도 정규직보다 프리랜서 일자리를 선호하게 된다는 예측이다. 지금과 다른 세상이다.

'세계미래보고서 2055'는 지난 10년 동안 '유엔미래보고서'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출간되던 책인데 올해부터 제목을 바꿨다. 이 책은 글로벌 미래연구 싱크탱크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자료를 바탕으로 펴내는 미래예측서이다. 밀레니엄 프로젝트에는 50여 개 나라의 지식인과 기업인이 3500여 명이 참여한다는데 저자 박영숙 박사는 밀레니엄 프로젝트 한국 대표이며, 제롬 글렌은 회장이다.

'세계미래보고서 2055'는 2055년의 미래 사회를 전망한다. 너무 먼 미래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을 한 방에 바꿔놓은 스마트폰이 세상에 등장한 지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변화가 시작됐다 하면 무서운 속도로 번지는 세상이다.

저자들은 "중개인 없이도 안전하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가치와 자산 즉 돈, 계약, 주식, 지적 재산권 등을 디지털로 전송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권력의 분산을 낳아, 오늘날 정치에서 발생하는 부패를 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한다. 빠르게 변하는 추세에 마냥 끌려가기보다 능동태로 대응하고, 통찰을 얻을 수 있게 돕는 책이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