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기자의 현장을 엿보는 것은 대체로 흥미진진하다. 긴박하고 극적이며 허구가 아닌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미드나잇 저널의 이야기는 극적이지도, 긴박하지도 않다. 과장된 기자 정신이나 특출한 캐릭터도 없다. 늘 그렇듯 특종·속보 경쟁을 하다 치명적인 오보를 낸 후 7년 동안 한직을 전전하던 기자 고타로와 그의 동료들이 담담하게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을 다룰 뿐이다. 당시 오보 탓에 언론인으로서 다하지 못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다. 놀라울 정도로 사실감 있는 표현 덕분이다.

일본의 신문사 사건팀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묘사는 신문기자 출신인 작가의 힘이다. '산케이신문'에서 20년 간 기자 생활을 한 혼조 마사토는 퇴직 후 2009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취재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아내며 주목받는 추리소설가로 자리매김했다. 취재 과정, 특종·속보 경쟁, 정보를 손에 넣기 위한 관료들과의 힘 겨루기, 같은 언론사 기자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까지 두루 묘사하는데 일본 언론 시스템에서 많은 것을 가져온 한국 신문사와도 흡사하다.

기자 고타로는 7년 전 오보 탓에 묻혀버린 실오라기 같은 단서와 의심을 외면하지 않고 추적한다. 몸 사리는 동료와 상사, 거짓 정보를 흘리는 수사기관의 방해에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은 결국 특종을 낳는다. 그렇게 밝혀진 진실로 세상은 한 걸음 진보한다.

인터넷 뉴스 환경에서 속보에 흥미를 잃은 기자들, 불안감을 감추면서 기사를 쓰고 다른 언론사의 반응이나 경찰의 안색을 살핀 후 특종을 실감하는 모습, 낙종이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애쓰는 장면은 언론의 신뢰도가 떨어진 현실에서도 어떻게든 사명감과 자긍심을 놓지 않으려는 현장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진실에 접근하는 고타로와 기자들의 끈질긴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드는 효과가 있으니 동료 기자들께도 감히 추천.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