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영로 등 큰 교회가 주축되고
- 보수성향이 강했던 부산본부
- 중도 성향 산성교회 담임목사가
- 본부장직 맡아 참여폭 넓어질 것
- 부산 교계 성숙해졌다는 증거

부산 개신교의 양대 연합체 중 하나인 부산성시화운동본부가 새 이사장과 본부장을 선출했다.

부산 남구 산성교회 앞에서 제4대 부산성시화운동본부장으로 선출된 허원구 담임목사가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성시화운동본부는 지난 10일 부산 남구 산성교회에서 안용운(온천교회 담임목사) 신임 이사장과 제4대 허원구(63·산성교회 담임목사) 본부장의 취임식 및 제9기 집행위원회 출범 감사예배 행사를 열었다.

성시화운동본부를 실질적으로 이끌 허 목사를 만나 새로운 집행부 출범의 의미와 과제를 들었다.

"부산기독교총연합회가 부산 개신교의 공식적인 대표 역할을 한다면, 부산성시화운동본부는 영적인 대표입니다. 부산에 있는 1800여 개 교회가 하나의 교회로 뭉쳐 기도하고, 부산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는 '나로부터 시작해 도시를 책임지고 복음화해 하나님의 거룩한 도시로 만드는 총체적인 변혁운동'이다. 2000년 6월 부산 해운대구 수영로교회 정필도 목사의 주도로 창립된 부산의 대표적 기독교 연합기관으로, 전국에 지역별 본부가 있다.

허 목사는 "20년 전 부산에 왔을 때 개신교인이 시민 전체의 6%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해 성시화운동본부 조사를 보면 11.5%로 배나 늘었다. 부산은 우리나라에서 개신교인 숫자가 늘어난 몇 개 안 되는 도시 중 하나다. 성시화운동본부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목사는 1987년부터 1996년까지 남미 칠레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다 1996년 부산으로 돌아왔다.

■"작은 교회의 참여 기다린다"

지난해 부산성시화운동본부가 개최한 '제13회 사랑의 쌀 나누기' 행사 장면. 부산성시화운동본부 홈페이지

성시화운동본부는 ▷기도운동 ▷다음세대 복음화운동 ▷작은교회 사역지원운동 ▷일터사역 지원운동 ▷도시사랑 실천운동 ▷이단 사이비 추방운동 등 6가지 실천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연말연시 남포동을 화려한 조명으로 수놓는 '부산 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는 성시화운동이 시작한 대중적 사업이다. 교인뿐 아니라 시민 전체가 행복한 도시를 꿈꿀 수 있게 장을 펼쳐, 성시화운동본부가 대표적 사업 중 하나로 꼽는 사례다. 현재는 부산기독교총연합회 부산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행사를 개최한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접근하지 못하는 일도 해낸다. 성금을 모아 피랍된 선원을 구출하고, 세월호 유족을 초청해 위로했다. 동일본대지진 때도 즉시 구호물품을 마련해 부산항에서 실어 보냈다.

허 목사가 본부장으로 선출되면서 큰 교회 중심, 보수 성향 교회 중심이었던 성시화운동본부는 작은 교회, 다양한 성향의 교파가 연합하는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다. 부산의 개신교계는 보수 성향이 강한 편이다. 성시화운동본부도 그동안 수영로교회, 호산나교회 등 보수 성향이 상대적으로 짙은 대형 교회 중심으로 운영된 경향이 있었다. 교인이 2000여 명으로 중형이며 장로회에서도 중도 성향을 띤 산성교회의 담임목사를 본부장으로 선출한 데는 더 많은 교회를 성시화운동본부에 참여시키고자 하는 구성원들의 의지가 담겼다.

허 목사는 "중도 성향 교회에 기회를 줘 고무적이고 기쁘다. 부산 교계가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증거다"라며 "그동안 큰 교회 목사님들이 대표를 맡아 성과도 있었지만, 작은 교회의 참여에 관심을 덜 기울였다고 본다. 산성교회가 속한 장로교 통합 교단이 꼽는 가장 큰 덕목은 연합이다. 작은 교회, 작은 교단도 기꺼이 연합의 장에 나오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절차를 중시하고, 뜻을 모아

이번 성시화운동본부 이사회에 감리교와 성결교가 새롭게 들어오고, 중요한 실무진인 사무총장을 침례교에서 맡았다. 허 목사가 본부장이 된 뒤 조금씩 나타나는 변화의 조짐으로 볼 수 있다.

허 목사는 소통을 소중히 여긴다. "절차를 밟고, 중지를 모아 모두에게 기쁨이 될 만한 좋은 목표를 설정하겠습니다." 전체를 모아 하나의 색깔로 만들지 않고, 각각 개성을 갖고 '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미다. 그는 또 "본부장 임기 2년을 마친 뒤 연임하지 않고, 임기 2년의 이사장을 하는 전통을 만들고자 한다. 성시화운동본부가 고착되지 않고, 유연하고 활력 있는 단체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