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 달라도 도전정신으로 뭉쳐
- 프로젝트팀 '아이가' 만들어

- 중국 '아트노바 100' 목표 설정
- 3월부턴 기획전시 3회 계획도

정유년 새해를 맞아 당찬 포부를 내놓은 청년 예술가들이 있다. 프로젝트팀 '아이가(AIGAI·Artist In Glocal Art Innovation)'의 청년 작가 11명(기획 박은지, 사진 김유나, 조각 김성진 강민기 신누리 유은석, 설치 이창운, 영상 조나경, 서양화·한국화 조정현 정은율 황인지)이 세계 미술시장의 큰 손, 중국 미술계에 자신들 이름을 새기겠다는 도전장을 내밀었다.

프로젝트팀 '아이가'에 참여한 청년 작가들. 윗줄 맨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은율 유은석 박은지 조나경 황인지 이창운(이상 윗줄) 강민기 신누리 김성진 조정현 씨. 아이가 제공

'아이가'는 시각예술 분야 청년 작가 10명과 기획자 1명으로 이뤄진 프로젝트팀이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청년(24~34세)'이란 것 말고는 없었다. 시각예술이라 해도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미술 기획 등 전공이 달랐고, 같은 장르에서 활동해도 눈인사만 할 정도의 서먹한 사이였다.

지난해 부산문화재단의 '청년예술가 국제교류 프로젝트-시각예술 분야' 사업에 참여하면서 '우연'은 '인연'으로 맺어졌다. 문화재단은 지난해 청년 작가가 해외 예술 현장을 둘러보는 것 중심의 기존 방식을 약간 바꾸었다. 옌샤오동(상하이 히말라야 미술관 큐레이터) 등 중국 미술계 유명 큐레이터 5명을 초대해 부산 청년 작가의 작품을 보이고 이 가운데 작가 12명을 선정해 지난해 11월 15~26일 베이징과 상하이 유명 미술관을 둘러보고 미술계 관계자를 만나도록 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개인 작업에 몰두했던 청년 작가들은 세계 미술계를 좌지우지한다는 중국 미술 시장을 둘러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엄청난 규모의 전시장 등 압도적이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에서 갈등하며 생기는 활력과 비판적인 정신에 매력을 느꼈다" "정치 이념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과감히 밀어주는 자본력과 일반인의 삶에 미술을 끌어들고자 고민하는 수준 높은 공공미술에 감탄했다" "다른 작가의 작업에 무심했는데, 다양한 협업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등의 반응을 청년 작가들은 연신 쏟아냈다.

중국에서 받은 충격과 설렘을 추억으로만 남기지 않고 도전의 계기로 삼기로 했다. 12명 가운데 개인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한 한 명을 제외한 11명이 프로젝트팀 '아이가'를 만들고 중국 '아트노바 100'에 도전하기로 했다. 아트노바 100은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이 해마다 세계 청년 작가 100명을 선정해 중국 도시를 순회하며 전시회를 여는 것으로, 세계 미술계와 소통하는 창구이다. 한국 작가도 평균 10여 명씩 참여한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개인 작업이 끝난 밤 시간에 정례적으로 모여 새벽까지 작품을 어떻게 소개할지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지난해 중국에서 만난 큐레이터에게 일일이 이메일을 보내 정보도 얻었다. 이번 달 응모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 중인 이들은 "11명 중 한 명이라도 아트노바 100에 초청돼 중국에 다시 간다면 대만족"이라며 서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또, 오는 3월부터 3차례 기획전시도 연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찰나를 찍는 김유나 작가의 사진, 와이어로 내재한 욕망을 표현하는 김성진 작가의 조각품, 바퀴벌레 모형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김민기 작가의 설치미술품, QR코드와 미술을 접목한 조정현 작가의 독특한 작품 등 각자의 작업을 주제별, 그룹별로 모으되, 기존 틀을 깨고 청년 작가의 정신과 작업 과정에 집중한 전시를 선보일 생각이다.

청년 작가들이 해외로 시야를 넓힌 이유가 있을까. 대답은 간단했다. 학연과 지연, 자본과 공간에 갇혀 한계가 있는 지역 미술계에서 벗어나 더 큰 무대에서 예술세계를 훨훨 펼치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해외에 도전하기 위한 비용 문제와 지속 가능한 작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현실적 고민은 있다. 박은지 기획자는 "친목으로 시작한 프로젝트팀이 꽤 있었으나 활동을 지속하지 못했다. 우리는 '중국의 미술 현장에 도전하겠다'는 목표가 분명하고, 기존 미술과 다른 길을 개척하고픈 의욕이 있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부산 청년 미술인이 도전 정신으로 정유년 새해를 열어젖혔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