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본사 신춘문예 등단 후
- 늦깎이 공부로 단편·시만 쓰다
- 16년 만에 역사소설로 집념 발휘
- 가상의 여인 굴곡진 인생 담아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부지런히 글을 쓰는 이수정 소설가가 첫 장편소설 '곡옥'(전2권·전망 펴냄)'을 내놓았다. 그는 200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절반의 무당'이 당선돼 주목받았다. 그간 부지런히 단편소설과 시를 썼다. 그렇기에 첫 장편을 내기까지 16년이 걸렸다는 것이 의아했다.

	등단 16년 만에 첫 장편이자 대가야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곡옥'을 내놓은 이수정 소설가. 전망 제공

그동안의 내공이 응축해 늦게 폭발한 것일까. 이를 악물고 쓴 덕분인지 첫 장편 '곡옥'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 많다. 웬만한 장악력이 아니면 성공하기 힘든 역사소설에 도전한 점부터 그렇다. 배경이 한국사에서 연구가 덜 된 '대가야'다. 대가야는 경북 고령 지역에 있었다. '곡옥'은 대가야에서 두 왕의 아내였고, 마지막 여왕이었던 가상의 여인 '곡옥'의 굴곡진 인생을 담았다.

간결하고 단단한 문장으로 멸망 직전의 대가야를 그려낸 작가의 피를 쏟은 노력이 느껴진다.

-등단 16년 만의 첫 장편소설이다.

▶늦깎이 문인이다. 30대 후반에서야 부산예술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첫 소설을 썼는데 그게 덜컥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공부가 모자란다고 생각했기에 경성대에 편입했다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쳤다. 장편소설을 써야겠단 마음은 늘 있었지만, 공부와 강의에 쫓기느라 '그녀의 검은 가터벨트' '악어' 같은 단편집만 냈다. 그러던 어느 날 장편을 써야겠다는 오기가 생기더라. 하루 3시간 자면서 쪼그리고 앉아 6개월 만에 초고를 썼고, 1년 만에 작품이 나왔다.

-대가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드문데.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부산 큰오빠댁에 갔는데 오빠가 "고령 순장박물관에 갔는데…"라며 대가야 이야기를 해줬다. 그때 느낌이 왔다. 순장된 이들의 죽음은 스스로 택한 '순사'였을까. 관습에 떠밀려 억울하게 묻힌 '순장'이었을까. 그들 심정이 어땠을까. 결국, 대가야 고분까지 갔고 무덤을 거닐며 '순장' '대가야' '여인'을 소설로 쓰기로 했다. 대가야에 관한 자료가 너무 부족했다. 기껏 신라의 기록에 몇 줄 나오는 정도였다. 상자에 논문을 쌓아두고 읽었다. 결국, '대가야가 신라에 흡수됐다'는 역사에서 역추적해 전통 관습 '순장'과 새로운 문명 '불교'가 부딪치면서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대가야가 멸망에 이르렀다고 봤다.

-여왕 곡옥은 대가야를 지키고자 했지만, 자신 때문에 나라가 멸망한다.

▶곡옥은 대가야를 지켜야 한다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이를 위해 고유 풍습 '순장'을 지키고자 했다. 하지만 대가야를 둘러싼 다른 국가는 불교를 받아들였고, 대가야의 밑바닥에서도 억지로 사람을 묻는 순장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곡옥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고, 대가야는 비극을 향해 간다. 그렇지만 곡옥은 나라가 위험에 빠졌을 때 의연하게 행동한다. 불운했지만, 강한 여인이다.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데.

▶밀양에서 태어났는데 부산에서 문학의 뜻을 세웠으니 부산은 '문학 고향'이다. 부산작가회의와 부산소설가협회 회원이고 동인 활동도 계속한다. 다음에는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울까 생각 중이다. 여성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다. 요즘 세상이 여성이 강인할 수밖에 없는 시대인 것 같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