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마다 QR코드 연동
- SNS로 설명·댓글 볼수있어

"평범한 사람이 스타 되는 기분이랄까요."

	부산 해운대구 '카페 수'에서 정충진 작가가 지인을 그린 캐리커처 앞에 서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캐리커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부산의 중견 작가 정충진 씨가 지인을 그린 캐리커처 77점을 전시하는 '후 엠 아이(Who Am I)' 전이다. 전시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고개에 있는 '카페 수'에서 오는 31일까지 계속된다.

정 씨는 지난해 10월 부산시민공원의 부탁을 받고 처음 캐리커처를 그렸다. 시민공원에서 열리는 북콘서트의 부대행사로 방문객 얼굴의 특징을 살려 그려주는 일을 맡은 것이다. 그러면서 지인의 캐리커처를 그려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이게 전시까지 이어졌다.

	정충진 작가가 자신을 그린 캐리커처.

페이스북에 올린 캐리커처는 반응이 뜨거웠다. 주인공이 된 지인은 물론 지인을 아는 친구들까지 재미있다는 댓글을 수도 없이 달았다. 전날 "우울하다"는 글을 올린 지인의 캐리커처를 그려 올렸더니 그에게 큰 위로가 됐다. 처음엔 매일, 시간이 지나면서 일주일에 두 세 명씩 그리다보니 어느새 100명에 가까워졌다. 행운의 숫자 7이 겹친 77명을 추려 전시를 기획했다.

"캐리커처는 유명한 사람만 그리잖아요. 일반인을 캐리커처로 그리니까 그림의 주인공이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더라고요. 한 사람 한 사람 이 모두 소중한 주인공이라는 생각에 일반인 캐리커처 전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캐리커처는 사람들의 특징을 잡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 사람만 가진 특별한 포즈나 표정을 위트 있게 담아내야 한다. 그래서 영 모르는 사람이면 좀 곤란하다. SNS상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 가운데서도 평소 자주 소통하던 사람이 캐리커처의 주인공이 된 이유다.

77인 중에는 부산 문화계에 관심이 있다면 '알 만한' 사람이 여럿 있다. 카메라를 든 김홍희 문진우 사진가는 정 작가가 "좋아하는 형님"들이다. 대구에서 조각가로 활동하는 지인도 있고, 전시가 열리는 카페 사장도 있다. 카페 사장은 벚꽃이 떨어진 와인잔을 들고 있다. 정 작가는 "올 4월에 카페 테라스에서 와인을 마셨는데 확 트인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가운데 벗꽃이 날려 장관이었다"며 "이렇게 멋진 공간을 갤러리로 쓰게 해준 사장님에 대한 고마움을 담았다"고 말했다.

캐리커처 속에서는 노래방에 가면 좌중을 휘어잡는 지인이 탬버린을 흔들고, 술자리에서 알게 된 친구는 소주잔을 들었다. 정 작가 본인의 캐리커처도 있다. 트레이닝 복을 입고 빨간 양말을 한 짝만 신었다. 나머지 한 짝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매일 받고 싶어서 언제나 벽에 걸어놓았단다. 평범한 사람의 사소한 순간이 어엿한 주인공이 되는 흔치 않은 전시다.

전시장에 가면 각 캐리커처 아래 '큐알(QR)코드'가 붙어있다. 큐알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정 작가가 각 캐리커처를 페이스북에 올린 페이지로 연결돼 주인공에 대한 소개과 댓글을 확인할 수 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