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단법인 출범기념 음악회서
- 법인-단원 종합평정 옥신각신
- 공연 불참선언했다 당일 철회

- 준비 부족했던 무대 곳곳 구멍
- 공연장 밖에선 시위 피켓까지
- 출범 전 해결 후 힘찬 출발을

음악회는 바쁜 일상에 내리는 단비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갈등과 갈증을 넘어 쉼과 위로를 느끼려 음악회를 찾는다. 그런데 지난 1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재단법인 출범 기념 2016 송년음악회'는 그런 본질에서 비켜나 있었다.

	지난 1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재단법인 출범 기념 음악회 2016 송년음악회'에서 시립극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내년 1월 1일부터 부산문화회관이 재단법인으로 출범하는 것을 기념하고자 이 음악회는 기획됐다. 부산시립교향악단·합창단·국악관현악단·무용단·극단 등 5개 예술단이 출연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공연 사흘 전인 지난 13일 시립예술단 단원 다수가 조합원으로 있는 시립예술단 제1노조는 시립국악관현악단·무용단·극단의 공연 불참(본지 지난 14일 6면 자)을 선언했다. 이유는 내년 재단법인 출범을 앞두고 부산문화회관이 진행 중인 단원 종합평정의 조정 과정에서 불공정한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그 뒤 우여곡절 끝에 시립국악관현악단·무용단·극단이 실질적으로 이 공연에 참가하면서 상황이 '봉합'은 됐지만,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지난 16일 시립예술단 제1노조는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재단법인 출범 기념 음악회 2016 송년음악회'를 마치고 2016 종합평정의 불공정성을 제기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립예술단원 종합평정은 3년마다 한 번씩 단원의 재위촉 여부를 결정짓는 절차로 단원의 역량 강화라는 목적을 포함한다. 그러나 문화회관의 재단법인 출범을 앞두고, 그동안의 운용 결과 등을 보면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시립예술단의 경쟁력을 강화하기에는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2월 상대평가와 평가에 따른 성과연봉제가 핵심인 시립예술단 경쟁력 강화(안)을 내놨다. 지난달 부산시의회 경제문화위원회는 단원 종합평정을 더욱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합평정은 단원들에게 신분과 활동에 직결된 예민한 문제다. 동시에, 재단법인 출범과 함께 시립예술단의 운영을 합리적으로 혁신하고 공연을 수준을 상시적으로 높게 유지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시립예술단 노조는 공연 당일 언론에 배포한 호소문을 통해 다시 한번 공연 보이콧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노조는 "내년 1월1일부터 권한이 생기는 박인건 재단법인 문화회관 대표가 단원 종합평정에 개입했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경고 조치가 필요하다고 사전 모의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보이콧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문에서 주장했다.

그러나 '공연 보이콧'을 제기하면서 이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시민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이 드러났다. 시립예술단 공연을 챙겨본다는 한 시민은 "갈등이 표면화되니 선뜻 공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립예술단이 실질적으로 참가했지만, 이날 공연 곳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미흡함이 보였다. 공연장을 나온 관객은 시립예술단 노조의 피켓 시위를 마주했다.

내년 부산문화회관이 재단법인으로 출범하기 전까지는 관장 자리가 공석이어서 책임자가 없고, 그 속에서 원칙 없는 행정이 반복되면서 시립예술단원이 느끼는 부산시 행정에 대한 불신이 상당했다. 그러나 시립예술단 노조가 보이콧으로 대응하면서 시민과 관객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음을 내보인 점은 무척 아쉽다. 부산문화회관의 '힘찬 출발'을 위해 여전히 할 일이 많아 보인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