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문장원 선생 기리는 무대
- 김진홍 '부운허튼춤' 헌정
- "생전 스승보다 아버지" 회고
- 아들·제자들 몸짓도 더해져

여든 거장의 춤사위는 춤의 근원으로 돌아간 듯 고결했다. 한국 춤의 원로 거장 김진홍(81·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4호 동래한량춤 예능보유자) 선생은 흰 꽃을 한 아름 안고 무대에 올라 빈 의자에 꽃을 얹은 뒤 부채를 들고 '부운허튼춤'을 췄다. 투박하고 정적인 영남류의 특색이 오롯이 와 닿는 춤사위였다. 이어 고 문장원 선생의 아들이자 춤꾼 문용민 씨가 나타나 '헌무(문장원류 동래입춤)'를 췄고, 제자 춤꾼 14명이 절제된 멋의 '영남입춤(김진홍류)'을 선사하자 관객들은 박수를 쏟아냈다.

	지난 11일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 김진홍 선생이 자신의 스승인 고 문장원 선생을 기리는 '김진홍의 고(告)' 공연을 열고 '부운허튼춤'을 추고 있다. 서정빈 기자

지난 11일 부산 부산진구 연지동 국립부산국악원에서 이 시대 마지막 한량으로 불린 소암 고 문장원(1917~2012) 선생을 기리는 추모 헌정 공연 '김진홍의 고(告)'가 열렸다. 문장원 추모 헌정 공연은 2년 전 국립부산국악원이 기획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김진홍전통춤보존회(예술감독 김진홍)와 동래한량춤보존회가 주최했다. 이날 무대에는 전통춤의 대가 김온경(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0호 동래고무 예능보유자)선생 , 엄옥자(부산시 무형문화재 제21호 승전무 예능보유자) 선생, 아들 문용민 씨, 제자 수십 명이 올라 4년 전 떠난 문 선생을 하늘에 고(告)했다.

문장원 선생은 지금의 부산 전통춤을 있게 한 1세대 거장이다. 동래입춤의 명인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18호 동래야류 예능보유자였으며 (사)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 이사장을 역임하며 부산 전통 민속예술 발전에 기여했다.

"스승이라기보다, 아버지이시죠." 공연을 앞두고 만난 김진홍 선생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 또한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와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이자 '동래한량춤' '지전춤' 등을 통해 '김진홍류 춤'의 경지를 연 한국 전통춤의 거장이다. 1951년 춤계에 나온 그는 문장원 선생에게 '동래한량춤'과 '동래덧배기춤'을 사사했다.

"춤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신 분이에요. 아무것도 없이 손짓만 해도, 툭 던지기만 해도 기가 막혔어요. 제가 문화재가 되어 이처럼 활동하는 것도 모두 선생님의 공입니다."

그가 기억하는 스승은 끝까지 감동을 준 사람이었다. "몸이 편찮으신데도 짚고 있던 지팡이를 내려놓고 무대에서 춤을 추는 모습에 다들 울음바다가 됐지요. 마지막 한량, 그 자유로운 모습이 기억에 선합니다."

공연 2부에서는 제자들이 김진홍 선생의 열림굿을 보고 만든 '비손' '칠성바라' '오방신장' 등을 펼쳤고, 김진홍 선생과 김진홍전통보존회 춤꾼들이 '지전춤'을 추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여든이 넘는 나이에도 김진홍 선생은 하루도 춤을 거르지 않는다고 했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이 근육 세포가 기억해요. 아프고 지쳐도 음악이 나오면 추게 되지요."

현역 거장의 열정은 한결같았다. "얼마 전 촛불집회에서 젊은 춤꾼들이 시민 속에서 춤추고 행렬하는 걸 봤어요. 나도 그렇게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었어요.(웃음) 춤에 불이 붙으면 춥고 덥고가 생각나지 않으니까요."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