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 공지해 모집…14차례 행사
- 역대 참여자 16명 특별무대 꾸며

"춤은 춰봐야 알아요.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내 몸속의, 평소 잘 쓰지 않던 근육을 움직이면 기분이 정말 좋아져요. 제가 처음 춤을 췄을 때 느낀 기분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보길 바라요. 몸의 재발견인 거죠."

지난 7일 감만창의문화촌에서 열린 '움직임 즉흥잼' 공연. 사진가 박병민 제공

부산 시민들과 즉흥 춤으로 '몸 맞춤'을 해온 춤꾼 이재은(32) 씨의 말이다. 무용단 에어리무브먼트 대표이자 춤 작가인 이 씨는 지난해 5월부터 부산 남구 감만창의문화촌 입주 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곳에서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시민과 함께하는 '움직임 즉흥잼' 프로젝트를 기획해 시작했다. 춤 전공자와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여섯 번, 올해 여덟 번 즉흥잼을 열었다.

움직임 즉흥잼의 모태는 서울에서 펼쳐지는 즉흥 춤 활동인 '서울 즉흥잼'이다. 부산대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줄곧 서울에서 활동한 그는 서울 즉흥잼과 '접촉 즉흥 그룹 쌍방'에서 즉흥 춤을 즐기는 방법을 배웠다. 움직임 즉흥잼의 시작과 끝은 모두 '즉흥'이다. 사전 신청 없이 페이스북에 공지된 날짜에,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날 모이는 사람에 따라, 춤의 방향과 수준, 색깔 등 모든 것이 즉흥적으로 정해진다. 참가 인원조차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이 작가가 짊어져야 하는 '위험 부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기대된다. 이 일은 일이 아니고 정말 즐거운 시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적게는 1명 많게는 12명, 평균 7, 8명이 함께했어요. 뮤지컬 배우, 극단 배우, 간호사, 사회복지사, 주부, 홍콩에서 온 교환학생, 여행 왔다 잠깐 들른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해서 매번 깜짝 놀랐어요."

움직임 즉흥잼에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 16명이 지난 7일 오후 7시30분 감만문화창의촌에서 처음 즉흥춤을 공연했다. 낯선 사람들이 서로의 몸, 성향, 질감 등 기초적인 요소만 파악한 뒤 최소한의 동선과 순서만 정했다. 현장에서 연주하는 곡에 맞춰 1시간 30분 넘게 즉흥 춤을 추었다. 관객들은 후반부엔 무대로 나와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무대 위의 즉흥 춤과 관객의 참여가 공연을 창조하고 완성했다. 이 작가는 내년에는 즉흥 춤 참가자를 성인에서 아이로 넓힐 고민도 한다. 동시에 춤꾼으로서 자기 춤도 선보이고자 한다.

"무대에서 펼치는 극적인 춤과 실험적인 춤의 경계에서 춤을 추고 싶어요. 지금처럼 시민이 춤을 출 수 있도록 더 가까이 다가가는 작업도 계속하고요. 균형감을 갖고 두 가지 모두 실천해야죠." 청년 춤꾼의 당찬 각오였다.

최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