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풍의 독특한 콘셉트로 주목받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걸그룹 샤크라. 까무잡잡한 피부의 이국적인 외모로 단연 돋보이며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황보. 이후 호탕한 성격으로 거침없는 입담을 뽐내며 각종 예능을 섭렵했던 그녀는 원조 '센 언니'로 여심까지 사로잡았다. 하지만 늘 유쾌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섰던 그녀에게도 남모를 아픔의 시간이 있었다.

황보가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MBC 방송화면 캡처.

4일 오전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는 샤크라의 황보의 근황이 소개됐다.

"데뷔하기 전에 엄마가 위암 수술하셨거든요. 그런데 제가 데뷔하고 나서 위암이 재발하신 거예요. 그런데도 엄마가 저한테 암이라고 말을 안 하셨어요. 저한테 거짓말하신 거예요. 왜냐하면 제가 촬영 끝나고 새벽에 스케줄 끝나고 병원 찾아오고, 또 걱정할까봐 별거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이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거예요. 너무 미안하고 죄송스럽죠."

병실에 누워 계신 엄마를 뒤로하고 스케줄 장소로 향해야 했던 그녀. 슬픔을 감추고 카메라 앞에 서며 스무 살의 황보는 성숙해지는 법을 배워야 했다. 한창 예뻐 보이고 싶을 나이였지만 방송을 위해서라면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벌칙 수행도 서슴지 않았다. 씩씩하게 버텨내며 프로 방송인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세월을 버텨내기에 그녀는 어리고 여렸다.

"카메라 앞에 있어야 되는 게 슬프고 싫을 때가 있었어요. 많이 웃어야 하는 걸 아는데, 내가 지금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고. 내가 지금 게임하면서 녹화할 때가 아니라 집에서 그저 실컷 울었으면 좋겠는데…그 누구도 저를 이해해줄 수 없는 상황 같았어요.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2014년 봄,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어머니는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웠고, 황보는 그 곁을 묵묵히 지켰다. 하지만 갈수록 악화되는 아버지 병세에 결국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그녀. 아버지 병원비부터 어머니 생활비까지 책임지지만 힘든 내색 한번 안하는 고마운 딸이다. 평소 애정표현도 안하는 선머슴 같은 딸이지만, 병상에 계신 아버지 옆에서 만큼은 애교만점이라고 한다.

어머니 배윤희 씨는 "우리 딸이 정말 효녀예요. 내가 옛날에 수술한 적이 있어요. (위암 때문에) 두 번이나 수술했는데 그때도 우리 딸 때문에 살았죠. 그런데 아빠가 쓰러져가지고 늘 우리 딸한테 미안해요. 미안하고 고맙고... 아빠 병원비를 딸이 다 대요. 우리 집에서 따지고 보면 가장이에요."

브라운관을 떠났던 시간 동안 그녀는 '황보'를 모르는 홍콩으로 떠나 오롯이 '황보혜정'으로 살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학원을 다니며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식당 서빙부터 단역 모델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뚜벅이 생활을 하며 열 평 남짓한 좁은 원룸에서 살아야 했지만,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중한 행복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한다.

홍콩에서 돌아 온 후, 그녀는 오랜 시간 꿈꾸었던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었다. 설거지부터 손님맞이까지 스스럼없이 나서는 카페 사장님 황보혜정. 카메라를 떠나 자연스럽고 평범한 황보혜정의 모습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권영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