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성 위축·참여 저조 등 과제
- 15, 16일 토론회 열고 집중논의

부산문화재단이 '생활문화의 꽃'을 피우기 위해 시행한 '생활문화동아리 활성화 사업'이 지난 1, 2일 열린 '부산무용생활문화예술제'를 끝으로 올해 행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1일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 열린 '제1회 부산무용생활문화예술제-함께 춤을 춥시다!'에서 생활문화동아리 '춤세상' 회원들이 화관무를 추고 있다. 부산무용생활문화연합회

■우리도 어엿한 예술인

"아이고, 예쁘다. 아이고, 잘한다" "무대에 서니 딴 사람이네. 곱다, 고와!"

지난 1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 열린 '제1회 부산무용생활문화예술제-함께 춤을 춥시다!' 첫 공연 현장. 객석에서 '좋다' '잘한다' '예쁘다'는 탄성과 박수, 환호가 순간마다 터져 나왔다.

무대 위 주인공의 모습도 색달랐다. 밝은 조명 아래서 무대 분장과 고운 한복 차림으로 공연한 춤꾼들은 실제로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장년 여성이 대다수였다. 동작이 틀려 당황한 표정을 짓는 이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전문 무용수의 능숙한 무대와 확연히 달랐지만, 무대 위와 아래에서 뿜어내는 열기는 뜨거웠다.

'부산무용생활문화예술제'는 올해 결성한 부산무용생활문화연합회가 주축이 되어 부산의 무용 생활문화동아리 24개 팀의 공연을 보여준 자리였다. 문자영 하선주 김경미 박근하 강주미 등 부산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춤 예술인들이 '선생님'이 되었고, 평소 춤을 동경했던 평범한 50~60대 여성들이 '학생'이 되어 동아리를 만들고 춤을 연습했다.

부채춤 입춤 산조춤 등 전통춤부터 스윙댄스 살사 등 사회무용까지 다양한 춤을 취향대로 골라보는 재미도 있었다. 무대에 오른 어머니, 친구, 아내를 응원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은 미처 몰랐던 춤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부산무용생활문화연합회 박근하 회장은 "그동안 춤의 대중화에 고민이 많았는데 예술제를 준비하면서 시민도 춤에 관심이 많고, 시민이 직접 공연에 참여하자 친구와 가족까지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참가자들의 열정도 높아 이런 공연이 춤 대중화에 이바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생활문화의 꽃 피울까

국악생활문화연합회의 생활문화예술제 공연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문화재단은 시민의 생활문화 체험 기회를 늘리고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생활문화 활성화 사업'의 방향을 바꿨다. 그동안 지역에서 활동하는 생활문화동아리에 활동비를 각각 100~300만 원씩 지원하던 방식을 과감히 포기하고 구·군별, 장르별 생활문화연합회를 결성하고 연합회에 예산을 지원해 '생활문화예술제'를 열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변화를 줬다.

그 결과 동래구 남구 금정구 사상구 사하구 부산진구 북구 영도구 등 8개 구에 생활문화연합회가 결성됐고, 밴드 합창 국악 연극 기악 무용 등 6개 장르 생활문화연합회가 만들어졌다. 이들은 조직을 구성한 뒤 지난 9월부터 생활문화연합회가 주도하는 생활문화예술제를 열었으며 '부산무용생활문화예술제'를 끝으로 올해 사업을 마무리했다.

문화재단이 생활문화동아리 지원 방법을 바꾼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만든 생활문화동아리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과 그동안 흩어져 있던 생활문화동아리를 체계적으로 조직화하고 예술인을 연결해줘 이들의 예술 활동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려는 목적에서다.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시민이 생활문화동아리를 통해 체계적으로 예술을 배우며 미처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고, 시민이 직접 공연 무대나 전시회에 참여해 더 많은 시민의 관심을 끌어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 방식의 변화가 가져올 우려도 있다. 생활문화동아리를 조직화하고 거기에 포함된 단체만 예산을 지원할 경우 생활문화동아리의 활동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과 자발적으로 결성된 생활문화동아리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문화재단이 지난해 실시한 부산지역 생활문화동아리 전수조사 결과 582곳이 활동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나 올해 결성한 각 생활문화연합회에 참가한 곳은 354개에 그쳤다. 특히 장르별 생활문화연합회는 음악에 쏠려 있어 다양한 이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단은 오는 15, 16일 벡스코에서 생활문화동아리 관계자 200명을 초대해 생활문화 활성화 사업의 방향성과 과제 등을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