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감동과 용기를 전파하는 힘이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지난 26일 예술심리상담센터 호호나라가 주최한 '2016 호호나라 예술축제'가 부산 동래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호호나라 제공

지적 발달 장애 아이들의 손짓, 발짓 하나에 부모님과 지인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이들의 연주는 서툴렀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이날 아이들은 주인공으로 무대에 섰다. 다른 이와 잘 어우러지지 못하던 아이가 척척 호흡을 맞추며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을 보여줬다.

지난 26일 오후 5시 동래문화회관(부산 동래구 명륜동) 소극장에서는 예술심리상담센터 호호나라(이하 호호나라)에 다니는 지적 발달장애 아동 청소년 50여 명이 예술축제를 펼쳤다. 난타, 태권도, 사물놀이, 밴드 등 여덟 가지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장 입구에는 아이들이 만든 미술 작품이 전시됐다.

공연을 주최한 호호나라 강태호(50) 대표는 사회자로 무대에 올라 '줄탁동시(啄同時)'를 이야기했다. "병아리는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안에서 수없이 껍질을 쪼아요. 하지만 부리가 약해 쉽지 않죠. '톡톡'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어미가 위에서 껍질을 '탁탁' 깹니다. 우리 아이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더 많은 힘을 들여 껍질을 깨줘야 하는 아이들입니다."

비장애 어린이에게 열 번 지도한다면, 장애가 있는 이들 어린이에게는 수천 번 넘게 지도해야 했다. 리허설 내내 바삐 움직인 건 강 대표와 선생님, 부모님이었다. 이들이 만든 예술축제가 더 뜻깊은 건 축제를 열기까지 그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이 있음에도 공연을 연 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이 더 큰 장애"라고 여기는 강 대표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이날 공연은 '세상을 향해 날갯짓하며 희망을 두드리다'라는 주제를 내세웠다. 이 메시지대로 공연 현장에서는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잘 자랐으면 하는 모두의 바람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었다.

강 대표는 재능기부 활동을 하면서 음악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음악 치료 관련 자격증과 특수교육학을 공부했다. 10년 넘게 사회복지 현장에서 음악치료 수업을 해오다 2014년 '치유를 통해 편견 없이 사람을 중심으로 기회를 잡는 곳'이라는 뜻의 호호나라(HOHONARA·Healing Open-minded Humanism Opportunity)를 세웠다.

그는 "장애 아이들 곁에서 간접으로 느끼는 가족의 스트레스는 무척 크다"며 "예술활동을 통해 여러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용기와 방법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와 신체장애가 있는 열아홉 살 아들을 키우는 한 어머니는 "우리 아이는 신체가 불편하니 항상 구석에만 있었다.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표현은 늦지만, 언젠가는 아이가 '좋았다'고 말할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