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가 인원 연간 8000~9000명
- 할매합창단 결성·입주 작가 생겨
- 좁은 공간·재개발 공백 등 과제

감만창의문화촌은 부산 남구 감만동 폐교를 리모델링해 예술인 창작공간·주민 문화공간·부산문화재단 사무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문화 혜택이 매우 적은 지역으로 문화재단이 직접 들어가 주민과 교류하며 문화를 매개로 마을공동체를 되살리는 도시 재생을 실천한다는 시도였다. 부산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감만창의문화촌'이 문을 연 지 3년이 됐다.

	감만창의문화촌에서 열린 '감만아트페스티벌'에서 주민과 예술가가 어울려 운동회를 즐기는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동네 주민, 문화에 눈뜨다

지난 25일 오후 감만창의문화촌 1층 감만사랑방은 오순도순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주민과 예술인으로 책상 10개가 꽉 찼다. 신문 읽기에 여념 없는 노인, 가져온 과일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주머니, 손님과 느긋하게 차를 마시는 작가까지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문화재단 송수경 창작공간팀장은 "3년 전 문을 열었을 대 주민이 대놓고 '운동하게 체육시설이나 만들어주지 문화공간이 뭐가 필요하냐'고 했다. 감만사랑방을 찾는 이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거리낌 없이 찾는 곳이 됐다"면서 "애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던 커피 기계를 돈을 내고 이용하겠다고 제안한 쪽도 주민이다. 돈을 내고 떳떳하게 사랑방을 이용하겠다는 주인 의식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감만창의문화촌은 감만부두가 곁에 있고, 화물차의 흙먼지가 폴폴 풍기던 이곳 감만동의 거의 유일한 문화 공간이다. 처음엔 어색해했던 주민들은 감만문화창의촌이 대문을 활짝 열고 줄타기, 버스킹, 아트마켓, 리사이클링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내놓자 하나둘 발걸음 하기 시작했다. 감만아트페스티벌, 오픈 스튜디오, 생활문화예술 체험, 우리 동네 문화사랑방 등 작가와 주민이 만나는 프로그램 참가 인원도 연간 8000~9000명에 이른다. 사랑방을 찾은 60대 여성은 "여기 와서 영화도 보고 천으로 가방도 만들며 문화생활을 즐긴다. 이곳이 친근해졌다"고 했다.

주민과 작가의 소통이 색다른 성과를 낳기도 했다. 이곳을 드나들던 할머니 30명은 지난해 '감만할매 합창단'을 결성했다. 이들은 감만시장, 부산 시민의 날 기념식 무대 등에 서면서 '가수'가 됐다. 주민과 협업이 재밌어 사무실을 차린 입주 작가도 있다. 박민경 작가(섬유미술)는 "2014년 감만창의문화촌에 입주해 앞치마 만들기, 직조 등을 주민과 함께했는데 아줌마들과 친해져 감만시장에 작업실을 얻었다"고 말했다.

■환경 변화에 따른 고민 진행 중

감만창의문화촌이 주민과 소통하며 감만동에 '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지만, 예술 창작 공간으로는 아직 모자란 점이 많다. 초기에는 대체로 시각, 문학, 영상 등 개인 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가 입주했다. 그렇다 보니 주민과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해마다 입주 작가를 새로 선정하는 데다 접근성도 좋지 않아 예술가의 꾸준한 활동에는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주민과 작가의 협업 과정을 작가보다 감만창의촌이 주도하는 측면도 있다. 이에 감만창의문화촌은 개인 작업보다 공연단체 위주로 입주 예술인을 받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국비를 받아 마련한 '부산공연예술연습공간'을 활용해 공연단체가 연습할 수 있는 창작 공간으로 콘셉트를 바꾸고 올해 음악, 무용, 연극, 다원예술 분야 단체를 우선 받았다.

주변 환경 변화도 당면 과제다. 남구 감만 1·2동이 일종의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내년부터 감만창의문화촌 주변에 재개발이 시작된다. 주민이 빠져나고 그동안 공들인 주민 소통이나 마을공동체 복원 성과가 사라질 처지다. 문화재단의 조직 확대로 감만창의문화촌 2층의 사무공간이 비좁아진 것도 숙제다. 주민과 예술가를 위한 공간을 늘려야 하는 감만창의문화촌과 사무공간 확보가 절실한 문화재단 사이 접점을 찾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문화재단 황해순 예술진흥본부장은 "내년부터 뉴타운 사업이 들어가면 주민이 나가게 돼 공백이 우려되지만, 2~3년 후 다시 주민이 들어오면 '도심형 커뮤니티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문화재단이 다양한 사업을 하다 보니 사무공간을 옮길 필요성이 제기돼 이 또한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감만창의문화촌 개요 -부산 남구 감만동 84의 1 -2013년 11월20일 개소 -연면적 6276㎡(지상 5층) -입주 작가(2016년) 개인 20명, 단체 8개(100명) -1층 시민향유공간, 2층 부산문화재단 사무공간, 3층 문화예술교육공간, 4층 입주작가 창작공간, 5층 부산공연예술연습공간 -주요 성과:감만문화놀이터 재생공간 구축(공공미술 시범사업 선정), 외부 기관 16개 단체 벤치마킹 방문, 감만아트페스티벌·오픈스튜디오 등 작가와 시민 만남 프로그램 운영, '감만의 빛' 전시사업, 부산공연예술연습공간 국비로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