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삼 일대기 다룬 첫 평전
- 하나회 척결·금융실명제 도입
- 아들 비리·IMF 환란에 뭇매
- 쓸쓸하게 대통령 임기 마감

- 그의 평가는 아직도 진행형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지 시간이 꽤 흘렀다. 최순실 국정 농단이 하나둘 사실로 드러나고 100만 명의 국민이 촛불을 들고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에서 정치는 실종됐다. 성난 민심을 읽고 국민의 분노를 대변할,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낼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은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

김영삼 평전이 반가운 이유는 이런 답답한 시국과 맞닿아 있다. 2015년 타계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최초의 평전이라서 반기는 것이라기보다, 필요에 따라 현실과 타협했으나 평생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치며 국민과 함께 싸운, 한국 현대사를 대표하는 '정치인 김영삼'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이 책은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야당에서 군부정권과 싸운 정치인이자, 문민정부를 열고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으나 IMF 환란의 장본인으로 국정 지지율 6%(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5% 전 최저 기록이다)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안고 퇴임한 대통령 김영삼에 관한 기록이다.

김영삼은 경남 거제도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부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바람으로 중학교 시절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을 써 붙이고 정치인의 삶을 준비한 그는 26세에 최연소 국회의원에 당선돼 화려하게 정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그의 출발선은 어찌 보면 떳떳하지 못했다. 친일가문 출신으로 독재에 연관된 장택상의 도움을 받아 정치에 입문했고, 이승만 정권의 자유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후 이승만 정권의 부조리에 반발해 자유당을 탈당한 이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진 군부 정권에 맞서 40년 가까이 야당 정치인으로 험난한 길을 걸었다. 수시로 가택 연금을 당하고, 초산 테러로 목숨의 위협도 느꼈고, 5·18 군사 쿠데타에 저항해 목숨을 건 단식 투쟁까지 하며 소신을 지켰다. 그리고 마침내 1992년 대통령에 취임해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도입 등 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아들의 비리와 IMF를 막지 못하고 쓸쓸하게 정치 인생을 마감했다.

저자는 김영삼의 인간적 면모에 집중하기보다 한국 현대사를 대표하는 정치인의 행적을 따라간다. 따라서 이 책은 이승만 정권, 4·19 혁명, 5·16 쿠데타, 1980년 신군부 쿠데타를 거쳐 문민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숨 가쁘게 흐른 한국 현대 정치사의 맥을 짚는다. 저자는 제7대 독립기념관장을 역임했고 현재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공동 대표를 맡은 현대연구사가이자 정치평론가다. 또한 이승만 김대중 노무현 김구 안두희 리영희 등 현대사 주요 인물을 추적하고 평가한 평전 전문가이다.

저자의 말처럼 김영삼에 대한 평가는 현재 진행형이다. 줄곧 야당 정치인으로 군부 정권에 맞섰지만 '외아들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권력의 사유 의식을 놓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그는 국민이 사랑한 정치인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어록을 남기며 국민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는 리더십을 보여줬고, 명쾌한 직설로 국민과 대화하되 결단을 주저하지 않았던 '수컷 정치'의 대표주자였다. 국민은 행동하는데 자신의 안위를 지키느라 눈치 보기 급급한 정치인에 대한 염증이 김영삼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