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세한 씨가 정리하다 발견
- 사회현실·가족애·죽음 등 주제
- 미발표 140편 등 200여 편 실어

시인이 남기고 간 컴퓨터에서는 시가 쏟아져 나왔다.

이해웅 시인

지난해 작고한 이해웅(향년 75세) 시인의 유고 시집 '반쪽 지구가 아름답다(해성·사진)'가 출간됐다. 이해웅 시인은 시단의 원로로, 사회와 인간 내면을 통찰하는 시를 썼다. 부산 기장에서 태어나 동아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시집 '벽'을 펴내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반란하는 바다' '구름같이 바람같이' '씨족마을' 등 많은 시집을 펴냈다.

고향 기장군에 대한 애정이 깊어 고리향토사 편찬위원장을 맡아 '고리향토사와 스토리텔링'도 타계하기 직전 펴냈다. 2002년 시울림 시낭송회 결성을 주도해 140회를 이어가며 문학과 시민의 소통에 힘을 실어준 지역 시단의 '어른'이었다.

유고 시집에는 미발표 시 140편을 포함해 시 200여 편이 실렸다. 미발표 시는 시인이 세상을 떠난 뒤 아들 세한 씨가 아버지의 컴퓨터를 정리하면서 발견한 것들이다. 시인의 마지막 유품을 열자, 거기서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써내려간 '신작 시'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이와 함께 생전에 문예지에 발표한 시 60편도 실었다. 시를 간추리고 책으로 내는 작업은 시인의 후배 김예강, 전명숙, 김성배 시인이 맡았다.

시는 다양했다. 세월호에 관한 시 '밤마다 창문을 두드리는' '고현철 교수의 영결식 날'을 부제로 붙인 '바위가 되는 손들' 등 사회적 주제를 치열하게 들여다 본 시도 다수 있다. 가족애가 물씬 느껴지는 '아내' '딸애의 하루', 고향 사랑이 듬뿍 묻어나는 '고리시편', 삶의 쓸쓸함을 노래한 표제시 '반쪽 지구가 아름답다' 등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집 해설을 맡은 박대현 문학평론가는 "이해웅 시인은 쉼 없이 시를 썼고 시의 기력이 저하되는 노년에 이르러 오히려 높은 수준의 미적 경지에 도달했다"며 놀라워했다. 노년에 이르면 삶과 죽음에 대한 관념적 추상에 빠지기 쉬운데 시인은 죽음을 생생한 시어로 고민하면서도 사회현실에 관심을 보이며 현실과 관념의 끈을 둘 다 놓지 않았다.

박 문학평론가는 "시인은 시로 속삭이면서 천상 혹은 지상에서 무구한 소년의 형상으로 우리와 함께하고 있음이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김현주 기자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