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도심 꾸준히 담아온 사진가
- 2012년 이어 21일까지 작품전
- 한 컷에 여러 번 찍는 기법으로
- 켜켜이 쌓인 사람과 일상 담아

- 인도 유학시절 예술나눔 배워
- 7년째 시민 위한 강좌 이어와

'부산에서 인도어과 졸업, 인도에서 사회학 석사, 다시 한국에서 사진학 석사, 언론홍보학 박사 수료.'

	사진가 쁘리야 김이 '중층적 재현-산복도로에 살다' 전에 선보이는 작품.

이것은 한 사람의 학력이다. 일단, 한 우물 파기를 장려하는 한국 스타일은 아니다. 특이한 이력의 주인공은 부산 중구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에 입주해 활동하는 사진가 '쁘리야 김'이다.

다채로운 학문적 바탕은 쁘리야 김이 피사체를 다른 눈으로 해석하고, 사진예술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밑거름이 됐다.

쁘리야 김은 2010년 또따또가 1기로 입주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원도심 산복도로를 찍고 있다. 그는 산복도로를 단순히 '달동네'로 인식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산복도로를 신화적 공간으로 재창조한 사진으로 2012년 '중층적 재현-산복도로, 그 신화적 공간' 전을 열었다. "산복도로에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이 있나"하고 놀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2012년이 공간이었다면 2016년은 사람이다. 쁘리야 김은 오는 21일까지 '스페이스 닻 갤러리'(부산 중구 동광동)에서 '중층적 재현-산복도로에 살다' 전을 연다. 산복도로 시리즈 2탄이다. 산복도로 주민의 일상을 담았다. 걷고,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차만 남겨진 골목도 있다. 특이한 점은 사진이 위아래로 혹은 좌우로 겹쳐있는 것이다. 얼핏 보면 흔들린 사진 같기도 하다. 전시에 나온 모든 사진은 한 컷에 여러 번 사진을 찍는 기법인 '다중 촬영'으로 완성됐다.

"우리 삶이 단편적이지 않잖아요. 삶은 여러 요소가 켜켜이 쌓여 이미지나 사건으로 나타나요. 일반적인 기법으로는 중층적인 느낌을 전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항상 겹치는 사진을 찍습니다. 불안하고 흔들리고 위태롭고 명확하지 않은 삶을 보여주기 위해서요."

	작품 앞에 선 쁘리야 김. 임경호 프리랜서 limkh627@kookje.co.kr

쁘리야 김은 직업 사진가이면서 사진강사로도 유명하다. 또따또가 입주 직후부터 7년째 시민을 대상으로 사진강좌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르친 학생은 150명에 가깝다.

지금은 40계단문화관에서 강사료를 받지만, 초기에는 무료 수업이었다. "또따또가에 입주해서 보니 용두산공원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노인이 많았어요. 그 분들을 모아 사진강좌를 시작했죠. 인도에서는 전시나 공연이 거의 무료예요. 예술은 나누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죠. 인도에서 공부하면서 그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취미로 시작해서 사진가가 된 학생도 벌써 서너 명 있다. 쁘리야 김은 수강생들에게 사진이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 된다는 걸 늘 강조한다.

"왜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하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인도의 은사는 '잘하고 있다. 사진가가 되기 위해서는 99가지를 더 경험해야 한다'고 격려해주셨어요.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제 마음을 알아준 유일한 분이셨죠." 힌디어로 '좋아하는' '친애하는'이라는 뜻을 가진 '쁘리야'. 쁘리야 김은 원도심과 산복도로가 좋아하고 친애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