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산독서문화 축제에서 '한국의 GMO 현황과 대책'이라는 강연을 들었다. 설마 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어 우리 몸을 파고들고 있었다. GMO(유전자 조작 생물)를 개발하고 재배하고 섭취한 지 20여 년. 한국은 식용 GMO 수입국 1위, 주식을 GMO로 상용화하는 세계 최초의 나라라 한다. 강연을 들으며 오래 전 내게 왔던 '지엠오 아이' 나무가 떠올랐다.

미래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나무는 영재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아이다. 나무가 사는 세계는 온통 유전자로 조작된 먹을거리와 동물이 산다. 도시는 과학문명의 도움으로 무인자동차와 생각하는 로봇이 사람 일을 대신한다. 나무는 부모의 주문에 따라 하제탑 유전생명바이오사에서 좋은 유전자를 받아 만들어 졌다. 그러나 부모는 생활이 힘들어지자 나무를 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무의 부모는 여러 유전자로 만들어진 나무를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로 헌신짝 버리듯 했다. 하제탑 유전생명바이오사 정 회장은 버려진 나무를 데려와 생활한다. 정 회장은 정상적인 사람이지만 지금까지 GMO 사업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키운 사람이라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 냉정한 사람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사업에 환멸을 느끼며 오래 전 곁을 떠났다. 그가 나무를 받아들이는 것도 고아원에 갈 때까지만이었다. 남의 눈이 두려워 회사의 명성을 위해 억지로 돌본다. 나무는 최고의 유전자를 선택하여 만들어진 아이지만, 원인을 모른 채 자꾸 아프다. 아프지만 천진난만한 나무를 보면서 정 회장은 잃었던 인간 본성을 조금씩 되찾아간다.

나무가 사는 거리는 무르지 않는 항암토마토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반대쪽에는 백신 바나나가 노랗게 줄지어 익어 갔다. 한 블록을 지나자 철조망으로 둘러싼 곳에 여러 색의 형광 닭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블록을 지날 때마다 유전자가 조작된 다른 동물들이 보였다.(본문 115쪽)

건강한 항암 토마토를 먹고 백신 바나나를 먹어도 나무는 왜 아픈 걸까? 책에는 유전자 조작 작물이 눈에 띄게 묘사되어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험재배하는 GMO 작물은 주민들도 알지 못한 채 자라고 있다고 한다. '내 밥상의 GMO-유전자조작식품의 숨겨진 진실'(나눔문화)을 보면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아니 고의적으로 우리의 눈을 속이면서 GMO 작물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거대 기업의 계략을 알 수 있었다. 이들에 의해 내 아이가, 내 가족 내 이웃이 어느새 GMO 인간이 되어있을지 모른다.

나무 같이 원인 불명에 치료법도 없는 병든 아이들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제대로 된 음식을 공급받고 먹여야 한다. 제대로 된 음식이란 우리 씨앗으로 우리 땅에서 가꿔 거둔 건강한 농산물로 차린 밥상이다.

몬산토라는 회사와 글리포세이트라는 단어가 우리 밥상에 우리 삶에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이들을 어찌하면 좋을까 같이 생각을 모아야 할 때다.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