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6일 부산 중구 중앙동 비욘드가라지에서 열릴 '20 SHOW'는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청년 20명이 기획부터 구성, 준비, 진행까지 맡은 드문 '청년문화축제'다. 이들 청년문화기획자 20명은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이 시행하는 '청년문화 인력양성 사업'에 참여해 교육을 받고, 그 결과물로 '20 SHOW' 페스티벌을 책임졌다. 20명이 4개 팀으로 나뉘어 청년을 위한, 청년에 의한 축제 4개를 만드는 방식이다.

	청년 문화 파티 '20 SHOW'를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청년 문화기획자들. 왼쪽부터 총괄기획 최영항, 한예리(판도라 판타지), 이경희(Stay in the moment), 박지영(당신의 바나나를 보여주세요), 최정원(분노의 앞담화) 씨. 부산문화재단 제공

'20 SHOW'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4명(각 팀에서 1명)을 만났다. 이들은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청년기획자들은 "축제로 청년의 분노, 희망, 힐링, 성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카카오톡 ID 참고.


◇ 신개념 연극 토크 콘서트

■ 축제명 : 분노의 앞담화, 팀명 PinkPam( 카카오톡 ID : 분노의 앞담화)

최정원(29) 씨는 분노를 얘기하고 싶었다. 이 시대 청년의 분노를 당당히 쏟아내 사회변화를 끌어내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분노의 앞담화'는 청년이 분노를 느낀 사연을 모아 짧은 연극으로 만들고, 관객이 사연을 말하면 즉석에서 공연으로 재연하는 '신개념 연극 토크 콘서트'다. 연극은 연륜 있는 극단 동녘이 맡았다. 축제 마지막 날 인기 밴드 스카웨이커스 등을 초대해 '미칠 파티'도 연다.

최 씨는 2014년 청년단체 청춘연구소에 합류하며 문화기획에 눈떴다. 체계적으로 문화기획을 해보고자 이번 교육에 참여했다. 힘들었지만,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호기롭게 청년 문화기획자의 길을 갈 계획이다.


◇ 진짜 너의 속을 보여줄 전시

■ 축제명 : 당신의 바나나를 보여주세요, 팀명 4@(daon424)

박지영(26·여) 씨는 사회가 정해놓은 틀에 맞춰 자신을 꾸미는 친구들 모습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취업을 목표로 학점, 스펙, 외모를 가꾸느라 정작 '진짜 자기'는 드러내지 못하는 모습이 아팠다. 진짜 자기 모습을 그릴 기회를 주고, 속내를 이야기하는 '전시+축제'를 생각했다. 축제가 열릴 전시장을 가득 채운 바나나 그림과 모형은 청년 30명이 만든 진짜 자기 모습이다.

음악을 전공하고 서울 공연기획사에서 짧게 일했지만, 문화기획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없어 교육에 참여했다. 직접 기획해보니 더 즐기며 할 수 있겠단 확신이 섰다. 벌써 생각이 비슷한 친구들과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 20대의 성 토크쇼 & 클럽파티

■축제명 : 판도라 판타지, 팀명 판도라(mauma00)

한예리(26·여) 씨가 준비한 '판도라 판타지'는 20대의 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술자리에서 툭 튀어나온 야한 얘기를 좀 더 트인 공간에서 맘 놓고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막상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할지 난관에 부딪혔다. 그래서 여성 혐오니 성 담론이니 무거운 얘기는 일단 뺐다. 진짜 20대가 생각하는 성과 연애, 심리를 당당히 얘기하는 성 토크쇼를 기획했다. 타투, 섹스 장난감, 타로 등 액세서리 전시와 클럽파티도 있다.

불교예술을 전공했는데 지평을 넓혀보고자 문화기획자를 택했다. 이번 교육에서 무궁한 가능성도 봤다. 앞으로 문화기획자로 활동할 수 있을지 막막하긴 하나 당장 눈앞에 닥친 축제부터 즐기기로 했다.


◇ 피로야 가라, 도심 힐링 공연

■축제명 Stay in the moment, 팀명 그린팩토리(vanhada1229)

이경희(28·여) 씨에게 '힐링'은 희망이었다. 복지 분야에서 일하며 쌓인 피로를 내려놓고 싶은 생각이 정점에 다다랐을 때,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다. 그때 청년에게 힐링이 절실함을 느끼고, 청년이 도심에서 자연과 함께 힐링하는 장을 마련하는 축제를 기획했다. 힐링 관련 전시, 아트마켓, 가수 권나무 등의 휴식 콘서트까지. 발버둥치는 청년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주는 맞춤형이다.

공연을 좋아해 문화기획 분야 문을 두드렸지만. 직접 해보니 벅찬 작업이었다. 그래서 우선은 영화 관련 단체의 일을 할 예정이다. 물론 문화기획자의 꿈은 유효하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