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 진행자" "시선집중의 주인장" "성신여대 미중년 교수"

중앙일보의 종편채널인 JTBC로 옮겨가기 전 손석희는 이 같은 별칭들로 기억됐다.

2009년 손석희는 오랫동안 진행자 자리를 지켰던 MBC 토론 프로그램인 '100분 토론'(백토)에서 하차했다.

차분한 진행과 날카로운 같은 질문, 그 한편에 간혹 흥분한 패널의 막무가내식 발언을 "알겠구요"라는 말로 정리하던 '차도남'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깊은 신뢰를 느꼈다.

손석희가 백토에서 하차할 당시 수많은 외압설이 나돌았다.

당시는 드러내놓은 야당 성향의 방송인들이 석연찮은 이유로 MBC에서 한창 모습을 감출 때였다.

■'시선집중'과 김중배, 그리고 이숙이

하지만 시청자는 MBC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인 '시선집중'에서 손석희의 목소리를 매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평범한 인사말이 대신 매일 "밤새 열심히 일하신 청취자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멘트로 방송의 문을 열었는데, 이 또한 청취자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본인의 백토 이후 얼마되지 않아 시선집중의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브리핑'을 진행하던 시사평론가 김중배 역시 하차 수순을 밟았다.

김중배 역시 정권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던 평론가의 한 사람이었다.

이때 손석희가 삼고초려까지 하며 뉴스브리핑의 진행을 부탁한 이가 시사주간지 〈시사IN〉의 전 편집국장 이숙이였다.

이숙이는 〈다시 기자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이때를 회상하며 "동조투쟁은 고사하고 김중배의 자리를 꿰차는 것은 꺼림칙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숙이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오면서까지 부탁하는 손석희에 결국 이 전 편집장은 뉴스브리핑 진행을 맡는다.

이숙이는 책을 통해 "너 아니면 누가 날 도와주냐. 내가 백토 잘릴 땐 기분이 어땠겠냐"는 말에 결국 브리핑 진행을 수락했고, "(손석희가) 아리까리할만한 건 여지없는 질문했고, 매일 긴장한 채 브리핑에 임해야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국민엄마' 김혜자와의 인연... 시선집중에서, 그리고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가 시선집중을 진행할 당시, 지금과는 달리 시선집중은 토요일에도 프로그램이 편성됐다.

시선집중 청취자들에게 손석희가 진행했던 '토요일에 만난 사람들'은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였다.

손석희가 화제성이 있거나 꾸준한 매진으로 일가를 이룬 대상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나누며 인터뷰이의 삶을 들여다보는 코너였다.

'국민엄마' 김혜자가 토만사에 출연한 것은 2013년 1월의 일이다.

당시 김혜자는 시선집중 출연을 위해 10여 년 만에 MBC를 방문했고, 인터뷰 와중에 "나이가 들면 (선이) 무너지게 마련인데, 손석희 씨는 정말 아직도 소년 같다"는 말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3년 손석희는 시선집중을 떠나지만, 2014년 12월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와 김혜자의 만남이 다시 한번 이뤄진다.

이때의 만남을 지켜본 시청자는 시선집중의 토만사에서 나눴던 둘의 대화를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영화 홍보차 출연했던 김혜자가 영화의 내용을 너무 자세히 말하자 손석희는 "주연 배우가 스포일러를 하면 어떡하냐"며 만류했지만, 김혜자는 "영화가 재밌게 나와서 신나고 다행"이라고 말하며 소녀처럼 웃어 뉴스룸에서는 때 아닌 훈훈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