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마지막 수)로 따내 승부를 건 패싸움이 계속된다. 비록 늘어진 패이나, 보통의 경우라면 유리한 입장에선 으스스 떨리는 패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한 조한승 9단의 손길은 느긋하다.

비세에 몰린 김영환 9단에게는 이 패가 마지막 노림이었다. 패의 대가를 얻어내 조금이라도 계가의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간절한 희망이 배어 있다.

김 9단은 246부터 팻감을 쓰며 우상 패를 물고 늘어졌지만, 이미 수읽기를 끝낸 조 9단은 253까지 다 받아주며 버틴다. 좌상귀에 팻감이 많아 이 패는 흑이 이기게 되고 바둑도 흑이 이긴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때 돌연 김 9단이 254로 잇는다. 왜 이 수를 팻감으로 쓰지 않는 걸까. 백도 손 빼 그냥 패를 따내고 싶지만, 흑이 팻감을 쓰지 않고 254에 따내는 것이 두렵기 때문 (우상 패는 늘어진 패여서)

백256으로 패를 따냈을 때 흑257이 미리 보아두었던 팻감. 김 9단은 계속해서 260, 266의 팻감을 쓰면서 무표정한 겉과 달리 속으로는 절망하고 있다.

흑263에 이은 269가 자랑스러운 팻감. 흑271로 패를 되 따내자 백에겐 더 이상 버틸 팻감이 없기 때문이다.

백272를 본 조 9단이 273으로 따내 패를 해소해서는 흑의 승리가 결정되었다. (248 256 262 268ㅡ248 251 259 265 271ㅡ●△)

● 조한승 9단  (덤 6집반) ○ 김영환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