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후평가 정례화 등 대안 제시
- 공연단 상주단체 현실도 짚어

부산 유일 연극 비평지 '봄'이 부산 연극계 전반을 진단한다. 최근 발간된 '봄' 6호(사진)는 부산의 대표 연극 축제인 부산연극제와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 지원 사업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김문홍 극작가는 '부산연극제 정체성 확립을 위한 시론'에서 올해로 34회를 맞은 부산연극제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김 작가는 부산연극제는 지금까지 관객에게 외면당해 왔다며 그 원인으로는 ▷경연 작품의 연극적 완성도 저하 ▷완성도 낮은 작품, 볼거리 없는 축제로 관객과 소통 미흡 ▷재공연되지 않는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행사라는 점 등을 꼽았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희곡의 완성도를 높이고 사후 평가를 정례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부산연극제 작품 신청이 마감되는 11월이 돼서야 허겁지겁 작품을 쓰고 만들기 때문에 매번 시간에 쫓기게 되고, 그렇게 되니 관객과 연극인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어설픈 작품만 내놓게 되는 것이다"며 창작 주체의 의식 변화도 강조했다.

'부산국제연극제 성찰과 전망'을 주제로 연극인들이 벌인 '난상토론'도 흥미롭다. 행사가 집적되는 장소가 없고 관객, 연극인 참여도가 낮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정경환 극단 자유바다 상임연출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영화 자체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영화제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에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경대 김남석 교수는 '부산 상주 연극단체의 필요성과 허실'에서 최근 부산 민주공원, 동래문화회관, 영도문화예술회관 등에 상주하는 극단들의 공연을 톺아봤다. 김 교수는 "상주단체 공연은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현실적인 재정 지원의 의미를 감안하되, 국민과 지역민의 배려와 희생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그에 걸맞은 공연 성과와 성의를 보여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봄'의 발행인인 배우 진선미 씨는 "이번 호는 부산 연극계의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려고 했다. 칭찬이 필요할 땐 칭찬을 하지만, 오류가 있을 땐 오류를 예리하게 들춰내는 것이 비평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비평을 비난이 아닌 발전적 제언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외에 상반기 상연된 주요 작품 리뷰도 실려 있는 '봄'은 또따또가공연지원센터와 부산 주요 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