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우님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양은용 원광대 명예교수가 지난 28일 동의대 수요인문학콘서트에서 '인간학의 원불교적 접근'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동의대 제공

이날의 강사인 양은용 원광대 명예교수가 강단에 올라 건넨 첫인사가 부드럽게 대학생들의 마음속으로 스미는 듯했다. 그는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나온 원불교 교무이자 한국종교학회장, 한국종교사학회장, 원광대 대학원장, 원불교 일본교구장을 지낸 노학자이다. 평생 종교를 연구한 이름 높은 학자는 대학생들 앞에서 종교란 어렵고 막연한 그 무엇이 아니라 우리 삶의 훌륭한 반려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애썼다. 종교 자체를 강조하기보다 종교를 학생들 곁으로 당겨오려고 노력했다.

"인간이 영성을 맑혀간다는 것은 먼저 자력(自力)을 얻어간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될 것입니다. 그러면 자력이란 무엇일까요. 정신의 자주력(自主力), 육신의 자활력(自活力), 경제의 자립력(自立力)입니다. 이를 갖출 때 한 인간으로서 몫을 할 수 있습니다." 종교의 속살을 현명하게 들여다보면, 이런 자력을 갖춰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힘이 있음을 알게 된다는 취지로 이해됐다.

지난 28일 동의대 공과대학 127호 강의실에서 펼쳐진 '수요인문학 콘서트-인간과 종교' 프로그램의 두 번째 강좌 현장을 찾아갔을 때, 강의실은 양은용 명예교수의 열강으로 열기가 후끈했다. 학점과 관련 없는 특강 형태인데도 100여 석 좌석은 학생들로 거의 들어찼다.

동의대 교양대학은 상설 강좌인 '수요인문학 콘서트'의 일환으로 5주 과정의 '인간과 종교' 프로그램을 지난 21일부터 시작했다. 첫 강좌는 천주교 부산교구 김정완 신부를 초청해 '한국 사회 속 천주교-역사와 전망'을 마련했다. 오는 5일에는 우리 지역 불교계 '스타' 중 한 명인 홍법사 심산 주지 스님이 '불교와 현대인의 삶'을 강의한다. 12일 대구가톨릭대 박승길 명예교수가 종교의 '사회적 변용과 일상성', 26일 개신교 신학자 이상규 고신대 교수의 '기독교의 형성과 로마 사회'가 준비돼 있다.

동의대 측은 "학생들에게 종교적 개안과 인간적 가치에 대한 신념을 세울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이 시리즈 특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런 시도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과감한 시도'라는 느낌을 주는 것은 수강 대상이 '대학생'이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생이 신속·간편하고 감각적인 온라인 문화에는 익숙하지만, 느리고 정신적인 것에는 관심이 적은 현실에서 종교를 대중 강연 프로그램으로 택한 기획력은 신선한 데가 있다. 실무와 진행을 맡은 교양대학 디그니타스 교양교육연구소 측은 "학생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질의응답시간에 나오는 생생한 질문과 답변을 봐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특강 직후에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데 그치지 말고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주인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비결을 가르쳐 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김정완 신부가 나선 첫 강좌 때는 학생이 "강동원이 신부로 나온 영화 '검은 사제들'을 보면 악령을 퇴치하는데 악령이 진짜로 있나요"라고 물었다.

김 신부는 "로마교황청은 엑소시스트 양성반을 인정한다"고 답했고, 이는 개신교와 천주교의 차이 등의 설명으로 이어졌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