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는 어김없이 화를 내며 하루를 살았다. 또한 이렇게 화를 냈다는 사실에 스스로 후회하기를 반복하며 살고 있다. 전통적으로 화를 참는 것을 인격의 성숙으로 이해하는 도덕적 관점이 있었다. 불교에서도 그럴까?

	중국 송나라 때 화가 마원의 '황하역류'. 황하를 다스린 우임금의 고사에서 화에 관한 불교적 성찰을 엿볼 수 있다. 국제신문 DB

여기 물을 다스리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하(夏)의 시조인 우(禹) 임금은 물을 잘 다스린 일로 위대한 우임금이라는 호칭을 헌정 받는다. 그의 아버지 곤(鯀)도 치수의 전문가였다. 곤은 제방을 쌓아 물의 범람을 막았는데 이게 황하와 같은 강을 상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강물의 황토가 바닥에 퇴적하여 강바닥이 계속 높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강바닥이 높아져 도시의 위를 흐르던 강물은 곤의 제방을 무너뜨리고 범람한다.

우 임금은 아버지의 실패를 거울삼아 새로운 길을 찾는다. 강바닥의 고저를 측량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 흐름을 유도하여 물길을 터준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대륙을 횡단하는 크고 작은 강들은 잘 길들어 대륙을 적시고 바다로 흘러들게 된다. 곤이 강물을 억제하고 통제하려 했다면, 우는 강물의 생리를 이해하고 순화시켰다. 곤은 실패하고 우는 성공했다. 이 역사적 사실은 인문학적 지혜로 이어진다. 마음을 억제하고 통제하면 곤과 같이 실패할 것이고, 그 길을 잘 터준다면 우와 같이 성공할 것이다. 사람을, 사회를, 마음을, 화를(!)… 억제하고 통제하면 곤과 같이 실패할 것이고, 길을 잘 터준다면 우와 같이 성공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 차원이 다른 또 하나의 치수법이 있다. 중국 성도(成都) 평야를 적시는 도강언(都江堰)이라는 수리시설이 있다. 성도 평야는 서쪽에 수량이 풍부한 민(泯)강을 가까이 두고도 늘 가뭄에 시달렸다. 그 사이를 큰 바위산이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秦)나라 시기 이곳 태수 이빙(李氷) 부자가 이 바위산을 뚫어 폭 20m, 높이 40m, 길이 80m 물길을 낸다. 오로지 정과 망치만으로 바위산을 조각하듯 가르는 엄청난 공정이었다. 이 수로의 입구에는 강을 반으로 나누는 인공삼각주가 조성되었다.

인공삼각주는 적절한 수량이 수로로 흘러들도록 안내하는 한편, 꼬리 부분을 낮추어 넘치는 물을 원래의 강줄기로 되돌려 너무 많은 물이 흘러들지 않도록 하였다. 강의 원리를 잘 이해하여 원천부터 관리한 것이다. 성도 평야는 중국의 대표적 곡창지대가 된다. 백성은 그 공로를 기려 이빙의 아들 이랑(二郞)을 신으로 모시는 사당을 세운다. 이랑신은 이마에 세로로 난 제3의 눈이 있는데 강의 원천을 완전하게 관리하는 도강언의 이치를 형상화했다.

그것은 마음에 대한 불교적 통찰의 형상화이기도 하다. 제3의 눈은 마음의 강이 둘로 갈라지기 전의 원천을 본다. 선과 악이 나뉘기 전, 분노와 기쁨이 나뉘기 전을 보는 눈이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마음을 본다, 마음을 닦는다고 한다. 내가 대상을 보는 방식을 내려놓을 때, 자아를 세우지 않을 때 마음을 바로 보는 일이 일어난다. 우리는 지금 이미 부처 마음의 한가운데 있어 따로 추구하거나 찾을 일이 없다. 그러니까 지금 화가 난다면 그것을 억제하는 대신, 화를 내고 있는 이 현장과 하나로 만나보기를 불교는 제안하는 것이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