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란수도 부산 배경으로 한
- 국악극 '대청여관' 30일 무대에

- 동래학춤·상주 아리랑 부터
- 베사메무초·풍각쟁이 까지
- 추억과 향수 한국적 감성 전달

사이렌과 포탄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6·25 전쟁 속에 귀를 막고 겁에 질린 사람,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는 사람들이 기차에 몸을 힘겹게 실었다. "아이고 하느님, 하늘에만 계실 겁니까. 아이고. 동족끼리, 형제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민족의 비극 앞에 성악 단원 김미진 씨의 애달픈 창이 터져 나왔다.

지난 21일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 '대청여관' 리허설이 열리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지난 21일 국립부산국악원은 국악극 '대청여관'의 무대 리허설로 분주했다. 국립부산국악원의 부산근현대사 기획공연인 대청여관은 피란수도 부산을 배경으로 국악인들이 겪는 웃음과 감동을 담았다. 오는 30일 오후 7시30분과 다음 달 1일, 2일 오후 3시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 처음 오른다.

국악극 대청여관은 역사적 사실에 기인한 후일담을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다. '6·25 피난시절에 강태홍(가야금), 정남희(가야금), 김소희(판소리), 박석기(거문고) 등 국악 명인들이 부산의 한 여관에서 묵은 적이 있었다. (효산 강태홍 탄생 120주년 기념 공연 팸플릿. 2013.10.10)'는 사실이 전해온다. 이를 바탕으로 피란 시절 국악인들이 부산으로 내려와 대청여관에 머물면서 벌어졌을 법한 일을 소리와 재담으로 꾸민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볼법한 소품이나 옛 일화들이 가득해 가족 3대가 모두 공감할 수 있다. 가난한 삶과 이웃 간의 정, 주인공의 사랑과 성장 등이 때론 유쾌하게 때론 슬프게 그려져 눈시울을 붉힌다. 국립부산국악원 서인화 원장은 "부산은 한국전쟁 시절인 1951년 전국 최초로 국립국악원이 개관한 도시"라며 "이곳에서 '피란수도 부산'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피란 시절 국악인의 이야기로 공연을 열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작품은 국악극답게 동래학춤과 상주 아리랑, 강태홍류 가야금 산조 등 다양한 판소리와 민요가 담겼다. 하지만 '베사메무초''오빠는 풍각쟁이야' '잘했군 잘했어' 등 그 시절 유행한 대중 노래에 춤, 연기가 더해져 국악극보다는 국악뮤지컬에 가깝다. 국립부산국악원 권성택 음악감독은 "기존에 있는 우리 노래와 흘러간 대중 노래, 새롭게 만든 노래 등으로 추억과 향수, 한국적 감성을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특히 심훈의 시 '그 날이 오면'을 가사로 한 주제곡은 극의 감동을 배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대청여관은 '부산에 의한 작품'이다. 국립부산국악원은 2013년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부산근현대사 공연 주제 공모전'을 개최했고 여기서 선정된 '대청여관의 국악인들'을 바탕으로 국립부산국악원 연주단 10여 명과 성악단 6명, 무용단 2명이 무대에 오른다.

연출은 부산 출신의 남미정 연출가가 맡았다. 그는 이윤택 연극 '오구'에서 주인공을 맡은 명배우로 30여 편의 작품도 연출하며 연출가로서의 실력도 인정받았다. 남 연출가는 "'왜 먹고사는 것이 힘든 그 순간에도 국악인들을 소리를 했을까, 그들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가 극의 출발이었다"며 "국립부산국악원에서 주도하는 국악극이라는 점도, 장르의 혼합도, 시대적 고증 등도 중요하지만 결국 2016년 관객에게 어떤 위로와 치유를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작품을 통해 우리는 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전석 1만 원. 문의 (051) 811-0040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