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애너하임 35년 지기 촉탁살인에 대해 파헤쳤다.

	(사진=SBS)

이날 방송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의 한 공장지대에서 차량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국인 남성 이 씨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당시 사건 담당 형사는 뒤통수 부상과 차량 아래쪽에 피가 없는 것을 보고 의구심을 느끼고 수사에 돌입해다. 숨진 이씨의 뒤통수에는 총알 하나가 있었고, 등 뒤에는 300mm가 넘는 크기의 족적이 발견됐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의 신원은 여행 차 미국을 방문 중이던 한국인 이씨다. 예사롭지 않은 사건임을 느낀 경찰은 숨진 남성의 주변 인물 추적에 나섰다. 다음날 미국에 거주하는 또 다른 중년의 한국 남성이 체포되었다. 다름 아닌 피해자 이씨의 35년 지기 친구 조씨였다.

약 3시간 동안 범행을 내내 부인하던 조씨는 이내 큰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조씨는 조심스럽게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조씨는 사건날짜와 장소, 그리고 총기 구입까지 모든 것을 계획한 건 바로 사망한 이씨라고 주장했다. 이씨가 자살을 하면 보험을 탈 수 없다며 자신에게 부탁했다는 것.

그러나 담당 검사의 의견은 다소 달랐다. 이씨의 방에서 한국행 항공권이 발견됐고, 아내의 생일에 맞춰 편지와 꽃다발을 보내었다는 것. 오히려 이씨의 죽음에 조씨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한 증거들이 포착됐다. 조씨는 이씨 차의 타이어에 구멍을 내는데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었고 이씨와 함께 사격장에 가서 사격 연습을 하기도 했던 것. 특히 사건이 일어나기 약 일주일 전, 한 대형마트에서 이씨와 함께 범행도구를 구입하는 조씨의 모습이 확인되는 등, 이씨가 죽음으로 가는 길에 조씨도 함께 하고 있던 정황이 드러났다.

하지만 사건은 간단하지 않았다. 조씨의 살해동기와 살해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분명하지않았던 것. 조씨에 의하면 이씨가 자신의 아내를 성폭행해도 가만히 있겠다고 적은 각서를 쓰라고 했고 이씨는 장난인 줄 알고 각서에 싸인을 했다는 것. 그래서 조씨는 이씨가 자신 바로 옆에서 아내를 성폭할 때도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씨가 죽기 직전 조씨에게 "너는 네 가족을 지킬 수 없다"고 조씨를 자극했을때 이씨는 "'그래 네 말을 들어주는 게 낫겠다" 싶어 방아쇠를 당겼다"고 진술했다.

사건이 오리무중에 빠졌을 때 이씨의 보험회사에서 제보가 들어왔다. 당시 소유한 건물에 많은 근저당이 잡혀있었던 이씨가 든 보험들이 60세이전에 사망하면 거액을 탈 수 있는 것들이었다는 것. 미경찰은 두 사람이 썼다는 각서에서 보험금과 관련된 단서를 찾으려 했지만 모두 발견된 증거와 달리 각서만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사건은 조씨의 살해동기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아 진실은 오리무중에 빠지게 됐다. 제작진은 미검찰은 조씨를 1급 살인으로 판결했지만 배심원들은 과실치사 즉, 조씨가 이씨의 부탁을 들어준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조씨가 살해 동기에 대해서 말하려 할 때마다 통역 오류가 자주 발생했으며 수사과정에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지 못했던 아쉬움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김민정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