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의 나심이여, 황하수가 천 년에 한 번씩 맑아진다니 운이 스스로 와서 회복되는 것인가, 물이 스스로 알고 변하는 것인가."('동경대전')

천 년 만에 깨어난 지진, 정확히는 1237년 만의 경주 대지진은 암울하고 불길한 징조인가? 과거 역사를 살피면 한반도에서 가장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던 곳이 경주, 울산, 부산이다.

'779년 3월 경주에 지진이 있어 집이 무너지고 죽은 자가 100여 명이었다'. '1036년 7월 19일 불국사 남쪽 계단의 부속시설과 여러 행랑시설 등이 붕괴, 석가탑은 붕괴 일보 직전이었다'. '1643년 5월 13일 처음 동래로부터 큰 지진이 있었으며, 해안가는 더욱 심하였는데, 오래된 담장이 무너졌다. 7월 25일 봉수대와 성이 많이 무너졌다. 울산에서는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쳐 나왔다'. 이러한 지진은 모두 진도 8~9로 추정된다. 기상청이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개인 문집, 지방지 등에 기록된 지진을 분석하여 2012년 펴낸 '한반도 역사지진 기록 (2년~1904년)'에 실려 있다.

경주, 울산, 부산 이곳에 하필이면 핵발전소가 밀집해 있다. 하필이면 말이다. 설마 했을 것이다. 죽은 단층이라며 활성단층의 존재를 부정했던 전문가들의 진단은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핵발전소 밀접지역 인근의 활성단층에서 최대 규모 8.3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보고서는 숨겼다. 활성단층 위에 핵발전소 건설을 강행한 정부도, 핵발전소는 안전하다고 되뇌는 한국수력원자력도 믿을 수 없다. 조상이 남긴 소중한 기록은 애써 무시하고 거짓에 근거하여 활성단층 위에 자리한 핵발전소의 안위가 두려울 뿐이다.

1237년 전, 100여 명이 죽은 경주 대지진 이듬해 신라 혜공왕은 반란에 휩쓸려 명을 다한다. 혜공왕은 여덟 살에 즉위하여, 나이가 들자 음악과 여색에 빠져 아무 때나 법도를 잃고 놀러 다니며, 기강이 문란하여 재난과 이변이 자주 발생하였으므로, 인심이 이반되고 사직이 위태로웠다고 한다. '삼국유사'에는 혜공왕이 하늘의 뜻을 무시한 나머지 신라 멸망의 문을 열었다고 기록했다. 혜공왕 시대(765~780)를 몇 마디로 압축하면 "하늘에는 유성, 땅에는 지진"으로 혼미한 시대였다.

1200여 년이 지난 지금, 하늘에는 미사일과 위성 그리고 사드가 유성을 대체했고 땅에는 지진과 핵발전소의 잠재적 위험이 가득하다. 작금의 지진, 사드, 미사일과 위성을 보며 천 년 전 혜공왕 김건운(金乾雲)의 시대가 재현되고 있다는 불길한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혜공왕이 열었던 신라 멸망의 문은 고려라는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었듯, 우리는 지진, 핵발전소, 위성과 미사일, 사드라는 암울함을 딛고 생명과 평화의 새 시대가 움트고 있음을 본다. 당장 부산에서부터 핵발전소를 폐쇄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