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나리오 직접 쓴 저예산영화
- 지난해 BIFF서 먼저 선보여
- 중년 가장 감정 세밀하게 그려

- "강재 역 박혁권 연기에 눈물
- 감독만이 느끼는 쾌감 있었다"

영화, 드라마, 연극을 넘나들며 지난 30여 년간 명품 연기를 보여준 배우 조재현이 카메라 뒤에서 '레디, 고!'를 외치며 배우 출신 감독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2일 개봉한 '나홀로 휴가'를 통해 감독으로 정식 데뷔한 배우 조재현. 이용우 기자

직접 시나리오까지 쓴 조재현의 감독 데뷔작 '나홀로 휴가'(개봉 22일)는 10년을 하루처럼 옛사랑의 언저리를 맴돈 중년의 모범 가장 강재(박혁권)를 다룬 저예산 영화로, 집착과 순정을 오가는 한 남자의 세밀한 감정을 담았다. SBS 드라마 '펀치'에서 조재현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박혁권이 옛사랑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 강재 역을 맡았으며, 신예 윤주가 옛사랑 시연 역을 맡아 기억되고 싶은 여자를 연기했다. 이외에 박철민, 이준혁 등이 출연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과 올 4월 이탈리아 우디네극동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나홀로 휴가'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어떤 마음으로 연출하게 됐는가?

▶'나홀로 휴가'는 감독으로 성공하겠다거나 변신, 도전의 개념은 아니었다. 남자의 외로움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드라마 '피아노'를 함께 작업했던 오종록 감독님이 40대의 가장이 자신만의 오피스텔에서 퇴근하고 난 후 두 시간 정도 누워 있다가 집에 간다는 내용의 일본 단편 소설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또한 여자와 헤어졌을 때 처음에는 집착이지만 그것이 일상이 돼서 소중한 시간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 두 가지를 섞어 나름의 행복을 찾는 남자를 표현하고 싶었다.

-잔잔한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웃음도 나고 공감도 되는 재미있는 영화였다. 점점 영화에 빠져들게 되더라.

▶처음에는 이것을 아예 예술영화로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러면 관객을 고문하는 영화가 될 것 같았고, 지적 사치를 과시하는 영화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좀 더 대중적으로 표현해보려고 했다. 대단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보면 볼수록 재미있다.

-일상적인 내용이 많아서 실제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많은 분들이 실제 경험이 아니냐고 하는데, 상상한 것들이다. 전 강재처럼 사진이 취미도 아니고, 대낮에 오픈 스포츠카를 타고 키스를 한 적도 없다. 전 운전을 못한다.(웃음)

	영화 '나홀로 휴가'의 한 장면.

-박혁권 씨의 첫 멜로 영화 주연작인데, 잘 어울렸다. 또한 신인 배우 윤주 씨의 연기도 좋았다.

▶영화를 본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박혁권 씨의 연기가 좋았다고 한다. 드라마 '펀치'를 하면서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했고, 강재 역을 잘 할 것이라 생각했다. 박혁권 씨는 강재가 지닌 찌질함, 코믹스러움 등 많은 것을 보여줬다. 윤주 씨는 오디션에서 첫 번째로 본 배우였다. 역할이 지닌 이미지에 맞았고, 노출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이 좋았다.

-첫 연출작을 마쳤다. 소감과 다음 연출작은 어떤 것인가?

▶드라마 '눈사람'을 찍을 때 이창순 감독이 제가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번에는 제가 박혁권 씨 연기를 보면서 똑같이 울었다. 이런 경험은 감독만이 느낄 수 있는 쾌감이다. 이번 영화를 관객들이 환영해준다면 또 한 번 중년남성의 이야기를 할까 한다. 머릿속에 있는데, 이야기가 좀 세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