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서 강제징용희생자 추모식
- 추모관 건립사업에도 힘 보태

러시아의 섬 사할린의 항구도시 코르사코프 바닷가 언덕에 '망향의 탑'이 서 있다. 시민단체 부산경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상임 대표 무원 스님(삼광사 주지)은 일행 24명과 함께 최근 망향의 탑을 보고 왔다.

지난달 27~30일 사할린을 찾아 강제징용자 추모제를 지낸 삼광사 무원 주지 스님 일행이 코르사코프 망향의 탑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경남우리민족서로돕기 제공

"나라가 어렵고 힘이 없을 때 강제로 끌려와 큰 고통을 겪고, 해방된 뒤에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분들의 한이 깃든 탑이지요. 돌아오지 못한 영혼도 잊지 말아야 할 우리 민족입니다. 종교인으로서 다시금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무원 스님은 소감을 말했다.

무원 스님은 지난달 27~30일 사할린을 방문했다. 부산진구불교연합회 고문 혜총 스님과 회원, 부산경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대표단 등이 동참했다. 무원 스님이 사할린으로 간 까닭은 '일제 강점기 사할린 징용 희생자 추모제'를 봉행하기 위해서였다.

무원 스님은 "2014년 시작해 올해로 세 번째이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찾아가니 현지 동포의 신뢰도 두터워짐을 느낀다. 사할린의 동포단체와 협력도 잘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 때 많은 조선인이 강제 징용으로 사할린에 끌려와 죽을 고생을 하면서 탄을 캤다. 당시 일제가 끌고 온 우리 동포는 4만3000여 명. 1945년 일제가 패망하고 러시아 군대가 사할린 남부를 점령하자, 일제는 한민족은 버려두고 일본인만 데리고 사할린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버려진 한민족 동포들이 실낱같은 귀향 희망을 품고 몰려와 기약 없이 배를 기다리던 곳이 코르사코프였다. 끝내 배는 안 왔다. 홋카이도가 빤히 건너다보이는 코르사코프의 언덕에서 동포들은 배를 기다리다 굶어서 죽고 미쳐서 죽어갔다고 역사는 전한다.

삼광사 무원 주지 스님 일행이 유즈노사할린스크의 한인 희생자합동추모비 앞에서 강제징용자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무원 스님은 "지난달 28일 사할린 최대 도시 유즈노사할린스크시 제1공동묘역에 있는 일제 강점기 한인 희생자 합동추모비에서 '한인 강제징용희생자 합동 추념식'을 봉행했다. 혜총 스님, 현덕수 사할린우리민족서로옵기운동 공동대표와 현지 동포 등 100여 분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현재 사할린에서는 한인 강제징용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추모관도 건립되고 있다. 사할린에서 활동하는 현덕수 공동대표가 주축이 되고, 무원 스님이 이끄는 부산경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현덕수 공동대표가 록산원 농장 안에 마련한 터에서 지난해 8월 추모관 기공식을 열었다. "추모관 완공은 2, 3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것 말고도 할 일은 많지요." 무원 스님은 최근 사할린 동포 4세 청년 24명을 삼광사로 초청해 4박 5일간 함께 즐겁게 지냈다. 부산의 교육기관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알찬 시간을 보냈다. 사할린 강제징용 희생자를 위한 영혼불사를 비롯해 이같은 사업은 해마다 꾸준히 펼칠 계획이다.

"추모관에 그치지 않고 사할린 한인 역사기념관 건립도 필요합니다. 이는 민간에서 도맡기 어렵고, 국가가 나서줘야 합니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려면 먼저 우리 자신부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겠지요." 무원 스님은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도 부탁 드린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