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코미디페스티벌 참가 개그맨 후배들 애도 물결

한국 코미디계의 '대부' 구봉서(사진) 씨가 지난 27일 새벽 1시59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고인은 폐렴 기가 있어 최근 병원에 입원했다가 금세 호전됐지만, 다시 갑자기 혈압이 내려가면서 끝내 세상과 이별했다. 평양 출신인 구봉서는 영화와 방송에서 맹활약하며 고단한 서민들의 삶을 위로했다.

1945년 대동상고를 졸업한 후 태평양가극단에서 악사생활을 하며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고인은 배삼룡, 곽규석, 이기동, 남철, 남성남 등과 함께 1960∼70년대 한국코미디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 그는 MBC TV '웃으면 복이 와요'를 통해 큰 인기를 누렸다. 이 방송에서 극 중 아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라는 뜻으로 지어준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로 시작하는 72자짜리 이름은 지금도 회자되는 희대의 유행어가 됐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찰리 채플린의 희극 연기를 신봉했던 구봉서는 평소 "코미디는 풍자"라고 강조했다.

고인은 스크린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56년 '애정파도'를 시작으로 무려 4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특히 출세작이 된 '오부자'(1958)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막둥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자 그를 기리는 후배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에 참가 중인 전유성 김준호 등 코미디언 30여 명이 지난 27일 타계한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 씨를 추모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BICF 조직위원회 제공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에 참가 중인 김준호 BICF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전유성 명예집행위원장, 김대희 이사 등 30여 명의 코미디언은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유성 BICF 명예집행위원장은 "우리가 힘들고 어렵고 못 살고 추웠던 시절에 서민들이 웃을 수 있었던 건 코미디 덕분이었다"며 "대선배님들이 한 분 한 분 가실 때마다 매우 큰 기둥을 잃은 것 같아서 마음이 굉장히 아프다"고 했다.

BICF 조직위 관계자는 "현재 부산에 있는 코미디언들은 심사숙고 끝에 구봉서 선생님 생전의 의지인 '국민들에게 웃음을 드려야 한다'는 큰 뜻을 이어받아 추모 속에서 차분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공연하기로 했다"며 "공연을 마치는 대로 서울에 올라가 조문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예능계의 '대부' 이경규도 고인에 대해 "한국 코미디의 산증인"이라고 강조한 뒤 "구봉서 선배님은 젠틀하시고 장난을 많이 치신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