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이다. 다른 말로 머슴이고 노예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싶다. 나는 하나님의 종이고 교회의 머슴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양들을 기르는 양치기며 종인 목자다. 종이 자신을 종이라고 인정하면 사는 것이 편하다. 나는 참 편한 종이다.

	예수께서 탄생하는 날을 표현한 베라 크리슈토빌의 나무 조각 작품.

자신의 위치나 자존심을 스스로 내려놓고 주인을 섬기는 것이 종의 삶이다. "섬기다"를 한문에서 찾으면 헌신, 충성, 봉사일 것이다. 헌신이란 몸을 드리는 것으로 자기 삶의 전부와 생명을 드린다는 의미다. 충성이란 입에 못을 박아 일구이언하지 않으며 흔들림 없는 정성과 행동을 의미한다. 봉사란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공동체를 위해 힘을 바쳐 애쓰는 것을 말한다.

세 가지 경우에서 어디를 보아도 자신이 주인이 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진정한 섬김이란 주인과 공동체와 사랑의 대상자에 대한 드림이다.

종이 주인을 섬기면 반드시 대가를 받는다. 첫째가 자부심이다. 주인이 대단하면 그 종도 대단해진다. 비서실장이란 사실 고전적인 의미의 종이다. 비서실장은 자신의 상관을 자랑하고 자신이 그 사람의 종이나 머슴인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다. 둘째가 유무형의 보상이다. 머슴과 종에게는 반드시 품삯이 주어진다. 종의 수고에 대해 주인이 인정하는 만큼의 열매다. 셋째가 타인의 인정이다. 좋은 종은 반드시 속한 공동체와 주변인에게 소문이 난다. 그로 인해 신분이 상승하거나 공동체의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가끔은 종으로서 자기 신분을 잊고 오만방자한 말과 행동을 태연하게 자행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종이 주제를 망각하거나,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은 정말 불행하고 볼썽사나운 일이다. 근자에 일어난 막말 파동을 보면 종이 자기 위치와 신분을 잊어버린 것 같다. 또 자신이 주인이라는 착각 속에 사는 것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민중은 개, 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 "학생은 빚이 있어야 파이팅 한다." "여학교에는 잘생긴 남자 경찰관, 남학교에는 예쁜 여자 경찰관을 배치하면서 예견됐던 사태" "총리의 부하직원이냐. 한심하다. 저질 국회의원들." "천황폐하 만세."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대통령,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은 국민의 종이며 머슴이다. 그래서 국민이 대가를 지불하고 보상해 준다. 그런데 종이나 머슴의 삶을 보면 가관이다. 선거철과 국정감사 때만 머슴이지 평상시에는 자신들이 도리어 상전이다. 국민이 부여한 권위를 권위주의로 바꾸었다. 주인도 주인다워야 한다. 종이 잘못하면 자신이 부여한 권위와 품삯을 회수해야 한다.

종은 종의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주인은 주인답게 행동할 때 가장 고상하다. 종이 종의 위치를 망각하거나 주인이 주인 자리를 포기할 때 추함과 더러움이 공동체를 지배한다. 나는 하나님의 종이며 교회의 양치기다. 그러므로 권위는 가지고 권위주의는 버려야 한다. 남의 눈에 끼인 티가 아니라 내 눈의 들보를 먼저 보아야 한다. 타산지석은 좋은 반면교사다. 주인 행세의 자리에서 한시라도 빨리 종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겠다.

가야교회 담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