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후보로 호흡 맞춘 필립 만
- 실력·자질문제로 구설수 올라

- 내달 무대에 오를 트링크스
- 2번의 기회로 형평성 논란까지
- 두명 다 부산시 인사가 추천

리 신차오 전 수석지휘자의 사임으로 공석인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제11대 지휘자 선정 과정에 잡음이 일고 있다. 비전문적이고 불공정한 문화 행정으로 부산시가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향 정기연주회에는 지휘자 후보 가운데 한 명인 필립 만이 무대에 올라 부산시향을 지휘했다. 당시 청중 1000여 명은 작품이 끝날 때 마다 갈채를 쏟아냈다. 하지만 화려한 공연 풍경과 달리 내부에서는 '최악의 지휘'라는 평가가 나왔다.

부산시향 단원들 사이에서는 지난 16일부터 시작한 필립 만과의 리허설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쏟아졌다. 한 단원은 "지휘자에 따라 음악이 달라질 수 있지만 큰 문제 없이 흘러가는 부분을 굳이 잡아내 왜 지적하는지 의아해하는 단원들이 많았다. 짧은 시간 내에 최상의 호흡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집중력을 떨어뜨려 연주에 마이너스였다"고 설명했다. 다른 단원은 "연주단의 소리를 들어보고 파트별로 수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리 이야기할 것을 준비해서 풀어놨다"며 "연주단의 장단점을 파악해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지휘 능력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최종 리허설까지 혼란스러운 지휘로 연주가 여러번 멈출 뻔하자 단원들은 지휘를 보지 않고 단원들끼리의 호흡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연주회 때 지휘를 보는 단원들은 찾기 힘들었다. 또 다른 단원은 "필립 만의 지휘는 쇼맨십에 불과하다. 단원들 연주에 쫓아가면서 화려한 몸동작에 치중했다"고 혹평하며 "청중 반응만 보고 이 지휘자에게 후한 평가가 갈까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또 있다. 다음 달 10일 정기연주회에 서는 콘스탄틴 트링크스는 부산시향이 연주하는 문화회관의 7월 기획공연에서 지휘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의 후보 지휘자에게 두 번의 기회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음악계 관계자는 "부산시향과 명호흡을 펼쳤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두 번이나 기회를 주는 건 누군가 일방적으로 트링크스를 미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 두 지휘자 모두 부산시가 전문가로 채용한 공연팀장과 지난 3월 전문가 자문 기구로 발족한 지휘자발굴위원회에서 추천한 인물이다. 공연팀장은 지난 3월 정기 연주회에 오른 객원 지휘자와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차기 지휘자 후보'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가 뒤늦게 후보라는 명칭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 행정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처럼 시가 뽑은 전문가들이 잡음의 중심에 있어 앞으로의 지휘자 선정 과정에도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대학 한 음악과 교수는 "지휘자 후보로 오르는 사람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누가 와도 괜찮겠다'며 판단이 어려운 지휘를 펼쳐야 하는데, 지휘를 안 보는 게 낫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부산시민으로서는 굉장히 불행한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김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