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희 감독의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은 제목 그대로 탐정물이다. 주인공 홍길동(이제훈)이 자신의 원수 김병덕(박근형)을 죽이기 위해 찾아 나서지만 오히려 김병덕의 손자 동이와 말순을 일행으로 삼아 거대 비밀조직 광은회와 그 대표적인 악당 강성일(김성균)의 악행에 맞서게 된다는 내용이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한국영화다.

캐릭터가 독창적이라는 평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수긍이 되지 않는다. 이 영화의 홍길동이라는 인물의 유형은 적잖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악당을 물리치되 스스로도 얼마간은 악당의 기질을 지닌 주인공. 그래서 그를 두고 흔히 다크 히어로라고 부르고 있는 것 아니던가. 캐릭터가 출중하다는 다소 무용한 지적 보다는 계통 없는 다른 감상법이 더 흥미로울 수도 있겠다. 영화를 지탱하는 세 개의 성격에 관해서 짧게 적어보려고 한다.

다음은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것들이다. 이것들을 감독이 실제 참고한 것인지 아닌지 여부는 그다지 중요치 않을 것이다. 시종일관 지속되는 주인공의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은 탐정 소설과 필름 누아르의 주인공들을, 풍경과 인물을 묘사하는 기본적인 이미지는 '신 시티'와 같은 그래픽 노블을, 광은회라는 거대 비밀 조직의 출현이라는 이야기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20세기 소년'을, 액션이 벌어질 때는 '매트릭스' 시리즈를, 말순과 홍길동이 말싸움 혹은 말싸움을 구실로 한 만담을 나눌 때는 할리우드의 가족 코미디를, 저 멀리 부감으로 내려다보이는 마을의 풍경은 종종 '반지의 제왕' 같은 신화적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마을을, 그리고 무엇보다 시종일관 동화를. 이 영화는 그런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말하자면 참고된 것들의 분주한 '혼종성'으로 내내 부글거린다.

두 번째를 '국지성'이라 부르고 싶다. 영화는 거의 명월리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만 전개된다. 인물들은 그 바깥으로 나가려 하지 않거나 나가서는 할 일이 없다. 사건은 명월리 안에서 돌고 돌며 홍길동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시행착오의 방식으로 그 안에서 탐문한다. 폐쇄적이고 좁은 공간성은 처음부터 조성희 영화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였으며 비교적 일관성을 보이는 지점 중 하나다.

또 한 가지가 있다. '퇴행성'이라고 부를만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운데, 감독이 일관성을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그 이유가 잘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다. 1980년대가 감독의 유년기에 해당해서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1980년대(와 그 이전에 존재했던 것들)에 대한 페티시즘이 너무 강력하다. 퇴행적이고자 하는 그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때로는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 1950년대 어디쯤인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요컨대 영화 속에 수차례 등장하는 주황색 공중전화박스나 구식의 자동차처럼 오래 전에 사라져 버린 사물들 혹은 과거의 시세(하루 숙박비가 8500원)는 이 영화의 무규정적인 공간과 합체되어 기이한 효과를 내기를 영화 스스로 바라고 있다. '늑대소년'도 그러했지만 '탐정 홍길동'에서는 더 뚜렷해졌다.

'탐정 홍길동'이 시리즈로서 얼마나 더 나아갈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이상 세 개의 성격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주될 것인지 주목하는 건 우리들의 어떤 감상법이 될 만하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