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가지 테마 52개 이야기 담아
- 예술인·학자 등 다양한 집필진
- 탁월한 기획, 생기있는 글 특징

'니 이 이바구 들어봤나?'는 '지자체가 만든 우리 고장 스토리텔링 경연대회' 같은 게 있다면 결승리그에 오르고 남을 책이다.

이 책은 부산 부산진구청이 최근 펴냈다. 편집은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가 맡았다. '니 이 이바구 들어봤나?'는 기초지자체가 지역의 문화 자산을 좀 더 세련된 형태로 가공해, 세상에 널리 알리고, 지역 주민과 공유한다는 기획 의도로 만들었다.

자! 여기서 '구청이 발행했다'는 사실은 독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다가갈까? 대체로 '기획 의도는 좋으나 세련되지 않음' '필요한 내용이지만, 재미는 없음' '다채롭지 못하고 단조로움' 등과 같은 인상일 확률이 높다. 왜 그럴까? 지자체에서 펴낸 지역문화 관련 책이 실제로 그런 경향을 띠었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아무리 애썼다 해도 어딘지 (많이) 모자란 느낌이랄까.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에 있는 부산 정중앙 표지석. 부산진구 제공

'니 이 이바구 들어봤나?' 앞에서는 이런 선입견을 포기하는 게 좋겠다. 이 책은 짜임새 면에서 다채롭고, 내용 면에서 신뢰할 만하다. 심지어 재밌다. 감동까지 담아냈다.

부산진구의 인물, 문화자산, 자연마을, 산업, 교육과 문화 등 6가지 테마에서 52개 꼭지의 이야기를 뽑아낸 것이 이 책이다.

필진(22명) 구성과 책의 짜임새가 입체적이다. 필진을 걸맞은 분야에 배치해 안정감을 준다. 예를 들면 이렇다. 하야리아부대, 동천, 서면시장, 부전시장에 관한 글은 부산의 음식과 문화 전문가 최원준 시인이 썼다. 정미숙 하강진 오현석 차철욱 공기화 송철호 씨 등은 학자인데 이들은 부산진구 곳곳에 있는 민속, 설화, 교육, 전통문화, 종교, 비석 등에 관해 역사근거를 바탕으로 썼다.

	마하사의 벽화로 부산진구와 남구의 접경에 있는 황령산 봉수대 설화를 그렸다. 부산진구 제공

부산민학회 주경업 회장, 박영구 부회장이 지역사·향토사에 바탕을 두고 조명했고, 예술인 필자들인 동길산 나여경 강경숙 이병순 김민수 씨는 산문과 인터뷰를 통해 감성적 접근을 맡았다. 최원열 전 국제신문 논설위원, 홍영철 한국영화자료 연구원장, 풍수지리학자 김기범 씨도 가세했다. 이런 집필진 진용을 꾸린 기획력은 훌륭하다. 하지만 필진이 좋다고 해서 언제나 좋은 책이 나오는 건 아니다. 기획의 졸가리를 선명히 하고, 모든 필진이 집필 방향을 선명히 이해하되, 개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니 이 이바구 들어봤나?'는 상당한 비중의 글을 현장취재를 바탕으로 생기 있게 썼다. 이런 식이다. 동길산 시인은 부산진구에서 거대하게 일어섰던 신발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꼭지 썼는데, 동 시인 자신이 그 당시 부산진구에 있던 '종업원 1만 명의' 신발공장 삼화고무에 다니며 사보 만드는 일을 7년 동안 했다. 딱 맞는 필자인 것이다.

부산진구에 사는 '평범한 시민'의 이야기를 채록해 입말 그대로 옮긴 '제6장 뭐라카노 참말이가?'는 이 책의 활력소다. 어떤 대목은 재미있고, 어떤 대목은 눈물이 핑 돈다. 구청 단위에서 만들어낸, 주목할 만한 '지역문화 스토리텔링' 성과이다. 이 책은 부산시민도서관, 초중고 및 대학교 도서관 91곳, 작은 도서관과 북카페 17곳 등에 비치했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