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반 동안을 자전거로 달렸다. 전 세계 87개국 9만5000㎞를 혼자서. '가보기 전엔 죽지 마라' 저자인 이시다 유스케는 중학교 때 읽은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에 자극을 받아서 그의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꿈이 현실로 옮겨지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고교 1학년 때 자전거로 와가야마현을 일주하는 것이 계기가 되어 여행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식품회사 샐러리맨으로 근무한 그는 1995년 세계 일주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과감히 퇴사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3년 반 뒤에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여행의 매력에 빠져 무려 7년 반 동안 여행을 했다.

제목에서부터 강렬한 흡입력을 가진 이 책은 자전거 하나에만 의지한 채 홀로 여행한 일본 청년의 세계일주 여행기다. 알래스카에서 우수아이아까지 남북 아메리카 대륙 종단, 북유럽 핀란드에서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까지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 종단, 거기서 다시 중동을 출발하여 실크로드를 따라가는 유라시아 대륙 횡단까지. 자전거 페달에 청춘의 열망을 싣고 지구 한 바퀴를 달린 평범한 청년의 비범한 도전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성장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그는 세상에 태어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둘러보고 싶었다고 한다. 여행을 하면서 본인에게 최고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보물을 발견하고 싶었고, 그 감동을 느끼는 수단이 자전거였다.

'7여 년에 걸친 나의 자전거 여행은, 결국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대장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는 사실을 더욱 확인하기 위해 내가 가진 것을 타인에게 나누어 주는 일일 것이다. 나는 앞으로 그렇게 살 예정이며, 사실은 이것이 세계 일주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크고 귀한 교훈일 것이다. 세계 최고를 보고 싶어서, 그리고 그것을 피부로 직접 느끼고 싶어서 여행을 떠났었다. 이제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 최고는 우리들 자신이라고, 지구촌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세계 최고라고…….'-본문 중에서

월트 디즈니는 '무엇이라도 꿈을 꿀 수 있다면 그것을 실행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상의 높이만 알려고 할 뿐 넓이는 도외시하는 현대인들, 그리고 빨리빨리에만 길든 오늘의 우리에게 잠시, 지금 나의 꿈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살인적인 절약을 해야 했고, 총부리가 머리를 겨누는 등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꿈을 실현한 청년. 문명에 찌든 일상으로부터 엑소더스를 꿈꿨던 한 젊은이의 위대한 독립선언서 같기도 하다.

누구든 꿈을 꿀 수는 있지만 꿈을 현실에 옮기기는 어렵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그의 용기, 패기, 도전정신을 한 순간이라도 본받았으면 어떨까 싶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여행의 책'에서 '그대 인생에서 단 한 번만이라도, 아무도 그대에게 그 무엇도 요구하지 않고, 아무도 그 무엇으로 그대를 위협하지 않으며, 아무도 그 어떤 걱정거리로 그대 마음을 흔들지 않을 시간을 가져야 한다' 라며 여행을 권했다.

책을 읽는 동안 나의 가슴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경외감으로 두근거렸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 나무…. 이시다 유스케의 자전거 바퀴가 굴러간 길을 따라 나도 지구 한 바퀴를 여행했다. 아무도 흔들지 않을 나만의 시간을 위하여.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