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유재석

말은 곧 그 사람이다.

말의 품격은 인성의 품격이다. 그 사람이 가진 말의 품격은 감추고 싶어도 결코 감출 수 없다.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자기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이나 돌발 상황으로 인해 자기 통제력을 상실하는 바로 그 순간 내재화된 원초적 단어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연예인 유재석 씨를 칭찬하는 기사나 동료와 관계자들의 증언을 보면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첫째 상대의 입장에서 말하고 행동한다. 자신의 입장이나 환경이 아니라 상대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둘째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나누고 전달한다. 노출을 예견하고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셋째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가를 고민한다. 무조건 잘해주고 퍼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상대에게 가장 적절한 수준을 생각한다.

넷째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인격적으로 다가간다. 상대를 가리거나 차별하지 않는다. 다섯째 아무도 자신의 선행을 몰라줘도 개의치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타인의 입을 통해 그의 선행이 나타난다. 방송이지만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는 그의 말과 어휘들을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인고의 삶을 통해 체득되고 내재화된 것이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공인(?)이라 할 수도 있고 또 할 수도 없는 경계인의 삶을 사는 방송인도 말의 품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데, 소위 지도층이라고 말하며 또 완벽한 공인의 위치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시정잡배나 양아치들이 사용할 저급한 수준의 언어나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지도자들이 가진 인격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정치인 기업가 관료 전문인 교수로 구분되는 사회적 리더만 그런 것이 아니다. 종교 지도자들의 말의 세계 역시 아름답거나 성숙하지만은 않다. 신부 승려 목사들로 대변되는 종교지도자의 말이나 언어가 자신의 종교가 가진 심오한 진리나 신성의 품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세속인보다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종교란 신의 품성을 닮는 것이고 종교사역이란 신의 품성을 전달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행위의 법을 강조하는 유대지도자들과 자신의 제자들에게 "자기 형제에게 화를 내는 자는 재판에 넘겨지고, '바보'라고 말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말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마 5:22)고 하셨다. 마음의 법과 말의 품격을 말씀하신 것이다. 누군가에게 침을 뱉으려면 침을 만들고 모아야 한다. 화 미움 독기도 마찬가지인데 이 저급한 것의 1차 소비자가 바로 자신이다.

사랑과 품격 있는 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만든 사랑과 말에 자신이 먼저 젖는다. 그 온기와 배려와 감정에 자신이 먼저 잠긴다. 사랑과 아름다운 말의 1차 소비자는 바로 자기다. 그것이 오래 자기 속에 내재화되어 있으면 자신의 삶이 먼저 아름다워진다. 천박하고 조악한 말의 표출은 그 내면의 더러움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가야교회 담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