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고 해서 우리가 당장 '사랑 자체'에 관해 잘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은, 사랑하는 그 연인에 관해서만 잘 알게 될 뿐이다. 그러므로 사랑을 깊이 알려면 체험뿐 아니라 사랑 자체에 대한 공부와 사유가 필요하다.

종교학자 이길용(서울신학대) 교수가 재미있게 읽히는 책인 '이야기 세계종교'(지식의날개 펴냄)를 집필해 독자에게 최근 내놓은 의도도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믿는 종교'의 울타리를 살짝 넘어 '종교 자체'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 역사·사회·인간뿐 아니라 내가 믿는 종교에 관해서도 훨씬 잘 알 수 있다는 권유를 이 책은 담았다.

이길용 교수는 '왜 종교를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글을 시작으로 원시·고대·자라투스트라·이스라엘의 종교와 그리스도교 이슬람 힌두교 불교 유교 도교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머리말과 책의 뒤표지에 이렇게 썼다. "종교가 다양한 이유는 일련의 인간집단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의 차이에 있을 뿐이다. 따라서 어느 종교가 진짜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종교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고, 가치관이며, 또 세계관이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철저히 '문화적'이고 '이해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만이 '종교문맹'이라 불리는 현대인의 질병을 치유하는 길이다."

이 책의 주제의식은 또한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들이 받아들인 신앙체계, 즉 종교를 살펴보아야 한다"(18쪽)는 대목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렇게 보면, 사랑과 종교는 참 비슷하다.

저자는 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하고 독일 마르부르크대에서 종교학과 철학, 사회학을 공부했다. 현재 한국종교학회, 동학학회 총무이사이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