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학주'로 전국구 스타된 부산 연극계 출신 배우 유재명

- 한동안 적용 않다가 다시 부활
- 올 비상임단원 2년제 이상 제한
- "시대 역행…연극인 기회 줄어"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학주(학생주임)' '동룡이 아빠'로 전국구 스타가 된 유재명(43). 탄탄한 연기력과 맛깔나는 부산 사투리로 인기를 끈 그는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 연극계를 주름잡던 배우였다. 2011년에는 부산시립극단 단원에 지원하려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학력 제한 조건에 가로막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정규대학(4년제 포함)의 전공분야 졸업자'라는 요건이 문제였다. 그는 연기와는 무관한 부산대 생명시스템학과를 나왔다. 당시 이를 안타까워한 몇몇 연극인이 부산문화회관 관계자를 찾아가 학력 제한 문제를 항의하기도 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을 떠나 상경, 서울 쌍문동 '응팔 학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능력 있는 지역 배우조차 학력 잣대로 배제했던 시립극단이 올해 단원을 모집하면서 또 같은 장벽을 부활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시립극단 예술감독을 채용하면서 '해당 분야 전공자'로 응시 자격을 제한해 연극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줄 뿐 아니라 학력 나이 성별 등 차별을 철폐하는 시대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본지 지난해 11월 9일 자 3면 보도)을 받은 바 있다.

부산문화회관은 지난 21일 시립극단 비상임단원 모집 공고를 내면서 '해당 전공분야 2년제 대학 전문학사 이상 취득자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을 갖춘 자'라는 학력 요건을 달았다. 매년 10명씩 선발하는 비상임단원은 임기 1년 이내의 계약을 맺는 일종의 '인턴 배우' 같은 개념이다.

문화회관은 2011년 '유재명 사태' 이후 지난 4년간 시립극단 단원을 선발하며 사실상 학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학력 상관없이 해당분야 실력을 갖춘 자' 또는 '해당 전공분야 학사학위 이상 취득자 또는 이와 동등한 실력을 갖춘 자'로 해당 분야 전공을 하지 않아도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다른 예술단과 다른 연극 분야의 특성을 인정한 것이었다.

국립극단은 물론 서울·인천시립극단에서 단원을 모집할 때도 연기경력이나 필요한 분야(마임, 우리소리 가능한 자)를 명시한 경우는 있어도 별도의 학력 제한 조건을 두지는 않았다.

그런데 올해 다시 학력 제한을 내걸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시립극단 곽종필 예술감독은 "지난번 채용 때 실력 편차가 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수준 미달의 지원자를 걸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으로 학력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연극계 인사는 "연극 역사를 통틀어서뿐 아니라 심지어 현재 시립극단에도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훌륭한 배우들이 많다. 연극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했을 때 더 풍부해질 수 있다"면서 "공무원도 학력 제한 없이 뽑는 시대에 시립극단이 앞장서 연극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좁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 부산시립극단 비상임단원(배우) 모집 요건  연도 자격요건 2016 해당 전공분야 2년제 대학 전문학사 이상 취득자 또는 이와 동등이상의 학력을 갖춘 자  2015 해당 전공분야 학사학위 이상 취득자 또는 이와 동등한 실력을 갖춘 자 2014 학력 상관없이 해당분야 실력을 갖춘 자 2013 학력 상관없이 해당분야 실력을 갖춘 자 2012 해당 전공분야 학사학위 이상 취득자 또는 이와 동등한 실력을 갖춘 자 2011 정규대학(4년제 포함)의 전공분야 졸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