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의 미술팀은 현재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말이 30년이지 그사이 강산이 열두번은 더 변한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1980년대 소품을 찾는 것은 돈과 시간이 있다고 해도 해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소품을 미술팀이 직접 만든다. 제과만 해도 간접광고를 하는 롯데제품이 아닌 경우는 미술팀이 옛날 사진 등을 보며 포장지를 직접 제작했다.

농심 홍보팀 윤성학 차장은 "초반 등장한 새우깡의 포장을 보니까 1970년대 투명 포장이다. 1988년에는 이미 지금과 유사한 붉은 색 포장으로 바뀌었지만 제작진이 아날로그 분위기를 내기 위해 70년대 포장으로 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쌍문동 골목 친구 5인방은 만났다하면 라면을 맛나게 끓여먹는다. 당시는 농심 안성탕면이 라면 판매 1위를 점하던 시절이다. 1983년 출시된 안성탕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판매 1위였고, 이어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이 1991년부터 1위 바통을 이었다.

윤 차장은 "화면에 한차례 언뜻 '해피라면'이라고 적힌 라면 포장지가 나왔는데사실은 '해피소고기라면'이 맞다. 82년에 나온 라면인데 88년에도 인기를 끌었다"고말했다.

드라마는 1988년이 배경이지만, 사실 드라마 곳곳에 나오는 소품과 드라마가 풍기는 분위기는 1980년대 전체를 아우른다. 또 시청자 저마다의 기억과 체험에 따라 드라마가 그리는 풍경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1988년도에 피자 한판을 턱턱 시켜먹지 않았다. 양념치킨으로 바꿨어야 한다" "계란 프라이가 귀했던 건 1980년대 초반이다"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이 히트한 건 1985년이다" "'골목의 하수도 뚜껑은 90년대 이후에 나왔다" 등 다양한 '지적질'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모두 지엽적인 문제다. '응답하라 1988'은 지나간 아날로그의 시대를 다시 불러내 시청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우고 있기 때문이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지금은 모든 게 편의성, 신속함으로 설명되지만 80년대는 느림의 미학, 기다림의 미학이 있던 시절이다. 그래서 애틋함이 있었다"며 "'응팔'은 당시의 정서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세세한 고증이 맞냐 틀렸냐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

사진=tvN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