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4·5일 문화회관 기획 무대
- 데뷔 20년 '밤의 여왕'서 첫 변신
- 리신차오 지휘와 찰떡호흡 자랑
- 유럽과 차별화된 영상미 강조도

세계적인 소프라노 박은주(부산대 음악학과·사진) 교수가 데뷔 20년을 맞아 고향 부산에서 세 번째 무대에 오른다. 독일과 부산, 서울을 오가며 매번 능숙한 고음처리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극찬을 받고 있는 박 교수는 다음달 4, 5일 부산문화회관 기획공연 오페라 '마술피리'에 출연한다.

마술피리는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로, 1791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상연되는 작품이다. 타미노 왕자와 파미나 공주가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해 성숙한 사랑을 이룬다는 동화 같은 줄거리와 가곡 민요 오페라 음악 등 다채로운 장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이번 마술피리는 신예 표현진 연출가가 맡아 신념의 힘으로 시련을 이겨내는 여정을 무대화할 예정이다. "시대와 세대를 불문하고 인간이면 누구나 겪게 되는 시련과 좌절을 자신의 확신과 인내로 이겨내 결국에는 도전해볼 만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의 힘으로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음악적 유언과 일맥상통한다.

■이번엔 여주인공 '파미나'

유럽 20여 개 극장에서 100번 넘게 마술피리 속 '밤의 여왕'으로 무대에 올랐던 박 교수는 처음으로 '파미나' 역을 맡았다. 그는 밤의 여왕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때 묻지 않은 젊음과 순수함의 상징 파미나 역을 맡아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파미나는 권력과 욕심에 눈먼 어른들이 주는 시련에 순수하고 바르고 정직하게 대응하는 사랑스러운 아이예요. 세상의 편법에 이미 물든 우리가 배울 점이 많죠. 고향인 부산에서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역할을 맡아 개인적으로 뜻깊습니다." 그는 자라스트로에게서 탈출하다 잡힐 때 파파게노가 무슨 말을 하지 고민하는 장면에서 파미노가 "진실을 말하라, 변명하지 마라"고 하는 장면과 "엄마는 나를 증오하지만 여전히 엄마라는 단어는 달콤하고 사랑스러워요"라고 하는 대사 등을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리 신차오와의 완벽한 호흡

박 교수는 이번 무대에서 지휘자 리 신차오의 총 예술감독과 지휘 아래 부산시립교향악단, 시립합창단 등과 호흡을 맞춘다. 그는 특히 리 신차오의 지휘가 인상 깊다고 했다. "아이디어가 많을 뿐만 아니라 굉장히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지휘를 하세요. 모차르트의 정제되고 정석으로 가는 표현법에 딱 맞아요"

100여 차례 오른 유럽 무대와 다른 점으로 역할 외에도 '현대적인 연출'을 꼽았다. 실제로 아치형 조형물이 변형되면서 인물들이 겪는 아픔과 환희 등이 심리적으로 표현된다. "영상 빔으로 물과 불을 그래픽으로 표현하는데 2015년 현대인에게 다가가기 쉬운 연출이에요."

항상 연주가 있어 절제된 삶을 살고 있는 박 교수.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은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매번 공연이 기념이고 특별하다"고 손사레치며 "다만 오페라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지겹지 않을 이번 공연에 많은 분들이 와서 독일어 오페라의 매력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입장료 2만~10만 원. 문의 (051) 607-6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