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진실한 마음에서 소통은 시작한다. 국제신문DB

중국 서진(西晉) 때의 문신·학자인 부현(傅玄)의 '태자소부잠(太子少傅箴)'에 '故近朱者赤 近墨者黑(고근주자적 근묵자흑)'이라는 성어가 나온다. 주사(朱砂)를 가까이 하면 붉게 되고, 먹을 가까이 하면 검게 된다는 뜻이다. 유사 성어로는 '귤화위지(橘化爲枳)·남귤북지(南橘北枳)', '마중지봉(麻中之蓬)·봉생마중(蓬生麻中)', '일부중휴(一傅衆咻)' 등이 있다.

의미인즉 사람은 환경의 영향 또는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스승을 닮게 되고, 나쁜 무리와 어울리면 보고 듣는 것이 그릇된 것이라서 자신도 모르게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다양한 사회공동체에서 이와 같은 현상들을 보게 된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특정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난 후로 그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편협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로는 그것이 너무 강하여 특정 집단의 이기와 아집을 타인들에게 강변하는 모습으로도 나타나기도 한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레즈비언이 당선됐다. 일반적으로 볼 때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이 특별히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커밍아웃이라는 말 속에는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서 벗어난 혹은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기독교를 비롯한 여타의 종교에서는 동성애를 범죄시한다. 아이러니 한 것은 총학생회장이 내건 공약에 보면 종교인들의 전도를 학내에서 금지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개신교를 비롯한 종교인을 부정, 거부하는 공약이다. 타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동이다. 양쪽 다 천부의 인권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말하면서 사실은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를 비난하고 있다고 하겠다.

내 것이 중요하면 남의 것도 중요하다. 내가 존중받는 위치에 서려면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려면 자신은 그런 오류에 빠지지 말아야한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인류 역사의 과정을 볼 때 인간이 선택한 이데올로기에 절대 선은 없었다. 그럼에도 보수와 진보의 다툼을 지겹도록 보고 있다. 경찰은 난폭시위를 탓하고, 시위대는 과잉진압을 비난한다.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무지와 게으름을 폄하하고,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의 탐욕과 탈취를 정죄한다. 서방 세계는 IS의 잔인한 테러와 살상을 단죄하고, IS는 서방 세계의 폭력과 교만을 저주한다. 모두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전쟁과 죽음도 불사한다.

시작은 공생과 개혁 그리고 인권과 자유가 중심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자신이 몸담은 진영의 주체적 논리에 함몰된다. 종교라는 이름과 신께 영광이라는 미명 아래 또한 일방의 사상과 일부의 정치가에 의해 자행된 인간의 범죄와 타락은 너무나도 많다. 자신의 자리에서 타인의 문제는 찾는데 결코 자신의 문제는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격체라면 타인을 향한 날 선 기준이 자신을 향해서도 존재해야 한다. 타인의 공동체에 기생하는 아집과 고집으로 가득 찬 불통의 논리를 보면서 자신의 사고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이기적 논리에 함몰돼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먹을 가까이하면 흑이 된다. 주를 가까이하면 붉게 된다고 하지만 환경이 아니라 사람이, 진영이 아니라 진리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

가야교회 담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