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부산 첫 공연을 가진 데미안 라이스. 엑세스 ENT 제공

- 관객과 이야기하다 감성 노래
- 눈 맞추며 'Older Chests' 선사
- 'Volcano'는 객석별 돌림노래로
- 생일자 불러 꿈같은 무대 연출

스산한 공기, 비오는 가을 밤은 데미안 라이스의 음악을 듣기에 딱 좋은 시간. 관객 2000여 명이 그의 첫 부산 공연을 보기 위해 지난 24일 밤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 모였다. 1, 2층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사랑에 보답하듯 그는 늦가을 밤의 꿈같은 무대를 선사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공연장에 하나의 조명만이 기타를 메고 있는 그를 비췄다. 마치 어느 외진 골목 가로등 아래 서있는 듯 했다. 그는 공연 포스터에서 튀어나온 듯 익히 알려진 보헤미안 같은 옷차림으로 무대에 섰다. 셋 리스트 없이 즉흥적으로 공연을 해온 그는 이번에도 자유롭고 단출하게 무대에 올라, 첫 곡 'The Professor & La Fille Danse'를 시작으로 부산 관객들 앞에서 느낀 감정에 충실히 공연을 펼쳤다.

■감성을 노래하는 재담가

심장을 파고드는 감성의 뮤지션이라 진중하고 말솜씨가 없을꺼라 여겼는데 그는 재담가였다. 노래 사이사이 이야기를 나누며 버스킹을 하듯 관객과 교감했다. "I love you"를 외친 팬에게 "사랑은 달콤해서 좋지만 삼켜버리고 마는 초콜릿 같다"고 답했다. 이어 사랑은 상대에게 절절매며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것도 바꾸지 않길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며 'I Don't Want To Change You'를 부르기 시작했다. 여러번 그는 관객과 이야기하다 자연스럽게 원하는 곡을 불렀다. 로맨스의 흥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름다움·끌림 등 모든 것들이 이해되는 순간 만든 곡이라며 'Amie'를 부르고, 무대에 걸터 앉아 1m 거리도 안되는 관객과 눈 맞추며 속삭이듯 'Older Chests'를 고백했다.

■치명적인 사운드

스피커와 마이크를 빼고 날 것 그대로 목소리로 'Cannonball'을 부르며 관객들의 숨소리와 주변 잡음까지 노래의 한 사운드로 흡입했다. 잔잔한 곡에서 벗어나 'Elephant' '9 Crimes'등 애절한 사랑과 절규를 심장이 터질 듯한 강한 전자기타 소리와 섬광처럼 빛나는 조명으로 표현했다. 압권은 'It Takes A Lot To Know A Man'이였다. 그는 종 전자드럼 심벌즈 기타 등의 악기를 연주하며 사전에 녹음된 반주에 맞춰 사운드를 하나하나 겹쳐 나갔다. 10여 분간 홀로 켜켜이 쌓은 소리의 협연은 객석을 압도하는 장관이었다. 또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곡 가운데 하나인 'Volcano'를 객석별로 나눠 돌림노래로 함께 불렀다. Volcano 부산 버전은 그와 관객 모두에게 선물과도 같았다.

마지막 무대는 이날 생일인 관객을 무대로 초대해 마련된 테이블에 앉으며 시작됐다. 그는 비오는 어느 바에서 홀로 술을 마시던 여자와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연거푸 와인 4잔을 "Cheers(건배)"하며 마셔댔다. 점점 혀 꼬이며 취한(척 하는) 그는 '남자친구가 기다려 가봐야한다는 여자를 보며 남자는 씁쓸해했다'로 이야기 끝을 맺었는데 그때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건배를 담은 'Cheers Darlin'를 부르기 위한 연출이었다. 통기타를 메고 나오는 가수가 많은 요즘, 그는 그들 중 하나가 아니라 감성을 다채로운 사운드로 공유할 줄 아는 독보적인 뮤지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