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0회 BIFF 폐막식에서 폐막작 '산이 울다' 감독과 배우, 강수연·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BIFF 제공

- 올 관객 22만7377명 역대 최다
- 프로그램·GV 확대 등 흥행 주효

- 亞 신인감독 발굴·소개 소홀
- 개·폐막작 몇년째 中·인도 독점
- 참신함 떨어져 정체성 약화로

'20년 내공을 쏟아부었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지난 10일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열흘간의 축제를 끝냈다. 올해 BIFF는 20년의 역량을 모두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대한 영화 축제를 열었다. 덕분에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지만, 역설적이게도 올해 행사에 치중하느라 BIFF가 나아갈 방향성과 의지를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 관객과 함께한 스무 살 잔치

20회 BIFF를 찾은 관객은 22만7377명.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지난해(22만6473명) 숫자를 뛰어넘었다. 이제 BIFF가 시네필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의 영화 축제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올해 관객 동원의 원동력은 다양한 계층을 끌어들일 영화를 곳곳에 배치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이웃집 토토로' 같은 대중적인 영화를 내세운 '오픈 시네마', 어린이를 초대한 '시네 키즈',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한 '내가 사랑한 프랑스 영화', 시네필의 티켓 전쟁을 불러일으킨 '아시아영화 100' 등은 많은 시민을 불러모으기에 충분했다. 허우샤오시엔, 지아장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아시아 대표 감독의 신작을 내세우고, 소피 마르소, 탕웨이 등 스타를 초대해 화제를 모은 점, 그리고 역대 최다 GV(관객과 대화·353회)와 야외무대 인사(34회)를 마련해 관객과 게스트의 잦은 만남을 주선한 것도 시민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아시아필름마켓의 가능성을 엿본 것도 올해 성과다.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E-IP)마켓과 캐스팅마켓을 내세워 아시아 영화인의 관심을 끌어내면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했다.

전양준 아시아필름마켓 운영위원장은 "세계 필름마켓과 규모로 경쟁하기에 한계가 있다. 대신 아시아 젊은 감독의 신작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고, 아시아 영화 프로젝트를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란 강점을 내세운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의 결집력을 과시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개막식 당일 강한 비바람에 항공편이 취소됐음에도 국내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밟았고, 이창동 김지운 류승완 정지영 등 한국영화계 선배와 후배들이 공식 무대와 비공식 자리를 꽉 채운 것은 최근 위상이 흔들리는 BIFF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20회 이후 BIFF는?

부산시와의 갈등, 국고 보조금 삭감 등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은 BIFF는 영화제를 준비할 시간이 빠듯했음에도 짧은 기간 역량을 발휘해 행사를 성공리에 마치며 20년간 쌓은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눈앞의 행사에 집중하느라 BIFF의 미래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BIFF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아시아의 신인 감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올해 개·폐막작 역시 인도('주바안')와 중국('산이 울다')영화로 결정하며 영화제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개·폐막작을 몇 년째 중국과 인도가 차지하고 있는 것은 초창기 BIFF가 보여준 신선함과 파격과는 거리가 먼 선택이다. 아시아의 참신한 영화와 재능있는 감독을 소개하는 '뉴 커런츠'와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역시 뚜렷한 화제작을 남기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섹션에 묻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른 영화제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 내년 예산 확보 비상, 방대한 행사와 조직의 효율적인 운영 등 당장 직면한 과제들도 BIFF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들이다. 이에 대해 강수연 BIFF 집행위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젊은 세대가 영화라는 무대로 나갈 수 있게끔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 이를 위해 마켓, 교육, 새로운 작가 발굴 등의 기능에 충실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어 고민이다. 결산 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BIFF의 비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 역시 "영화 프로그램-마켓-컨퍼런스&포럼을 연결해 시너지를 내는 데까지 4~5년 정도 걸릴 거다. 그것이 안착된다면 다음 20년을 기대할 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