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 감독(왼쪽), 김병준 감독

# 욕심내니 더 안돼 군더더기 쫙 뺐죠

■ '다른 밤 다른 목소리' 최용석 감독

- 화교 3세 '이방인'의 아픔 담아
- 사건 전개보다 인물 감정 충실
- 영화제 개막 직전까지 후반작업
- 이제 막 밀린 숙제 끝마친 느낌

부산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최용석(37)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다른 밤 다른 목소리'가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초청됐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일에 신경 쓰느라 잠시 현장과 거리를 뒀던 그가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이번 영화를 작업하며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한동안 영화에 이것저것 넣으려고 욕심을 냈더니 스스로 정리가 안 돼 결과가 나쁜 경우가 있었거든요. 욕심을 버리고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냈더니 좋은 결과를 가져왔네요."

BIFF에서 만난 그는 들뜨기보다 편안해 보였다. 올해 초 촬영을 시작해 영화제 직전까지 후반작업에 매달리며 고독한 싸움을 끝내고 잠시 숨을 고르는 것처럼 보였다.

"전작 '이방인들'보다 제작비가 적었기 때문에 이번 영화는 시스템을 갖춰 찍을 수 없었어요. 스태프 규모를 예전보다 절반 이상 줄이고 10일 동안 쉬지 않고 달리며 찍었어요. 후반작업도 꽤 오래 걸렸고…. 숙제를 끝낸 느낌이에요."

'다른 밤 다른 목소리'는 그의 매력이자 장점인 자연스러움이 돋보이는 영화다. 한국인 어머니와 대만인 아버지를 둔 화교 3세 '수장'이 사라진 아내(은임)를 찾아 부산을 찾으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떠난 여자와 그녀의 흔적을 찾는 남자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으나, 사건보다 인물의 감정에 충실한 점이 돋보인다. 배우 김새벽, 강필석, 강예원이 출연했고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가 제작을 지원했다.

"누구든지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그것을 잊어버린 듯 살아요. 화교 3세 수장도 이방인으로 아픔을 갖고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죠. 하지만 감정을 추스르고 자신의 상황에 묻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그게 우리 모두의 모습 아닐까요."

그는 곧바로 장편영화 '헤이는' 촬영 준비에 들어간다. 이번 작품을 끝내고 영화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기에 '헤이는'에서는 더 단단해진 그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영화를 통해 한동안 욕심을 부리느라 놓치고 있던 지점을 찾았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 마음먹게 됐어요. 하지만 고민은 돼요. 영화를 계속하려면 상업영화의 틀에 들어가야 할 것 같고, 관객과 가까워지려면 자극적인 영화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저는 인위적인 것보다 자연스러운 것이 좋거든요. 상업영화의 틀에서 나만의 스타일을 녹여내고 싶기도 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 소시민의 위대함 얘기하고 싶었다

■ '소시민' 김병준 감독

- 운없는 남자의 하루 다룬 코믹극
- '개똥이' 초청 땐 얼떨떨했지만
- 이번엔 개봉·흥행 걱정이 앞서
- 다음 작품은 잔인한 가족이야기

부산 영화계 젊은 세대 김병준(30) 감독이 어둡고 우울했던 '개똥이'의 그늘을 지우고 평범하고 소심한 구재필로 돌아왔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초청작 '소시민'을 처음 공개한 김 감독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소시민도 각자의 위대함이 있음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12년 첫 장편영화 '개똥이'로 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전'에 초청됐고, 두 번째 영화 '소시민'까지 연이어 초대를 받았다.

"20회 BIFF에 초청받아 영광이에요. 첫 번째는 마냥 기분이 좋아 붕 떠 있었는데, 두 번째는 배급사도 찾아보고 실익을 찾아야할 텐데…."

초청 소감은 차분히 말하면서도 막상 영화 얘기로 들어가자 그는 다소 들뜬 목소리로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줬다.

"'소시민'은 소심한 남자 구재필의 운 없는 하루 이야기에요. 제목에 '소심인'이란 뜻도 포함되어 있어요. 직장에서 들볶이고 아내에게 이혼당할 위기에 처한 재필이 상사의 위험한 거래를 제안받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어요. 범인으로 의심받은 재필은 파출소를 탈출하게 되고 그렇게 여러 인물과 얽히며 벌어지는 소동극이에요. 그리고 아버지와 갈등, 여동생과 애정 등 가족의 이야기가 더해져요."

전작 '개똥이'가 우울한 청년의 자전소설 같았다면 이번 영화는 코믹한 설정과 유머러스한 대사의 소동극으로 다소 밝은 분위기다.

"제가 코미디, 드라마 등 다양한 영화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소심했던 재필이 탈출, 추격, 모험을 감행하며 위대한 사람으로 거듭나고, 경찰이나 회사 간부처럼 위대해 보이던 사람이 체면을 구기면서 평범한 소시민이었음을 보여주며 모든 사람은 소심하고 또 위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고요."

'소시민'은 부산영상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은 저예산 영화다. 하지만 황보라 한성천 등 서울에서 활동하는 연기파 배우가 다수 출연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제 시나리오가 충무로에 돌면서 일부 배우들이 먼저 참여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한성천 씨는 억울한 표정의 연기가 압권인데 왜 인제야 만났나 싶을 정도였어요."

그는 "영화제 기간 많은 사람을 만나 이번 작품을 개봉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음 영화는 장기를 발휘해 우울하고 잔인한 가족의 이야기를 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가족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