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일 감독이 영화 '파리의 한국남자' 제작 과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작품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에 초청됐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노숙자처럼 된 주인공 시선 감안
- 관광명소 대신 창녀거리 등 촬영
- 캐릭터 조재현 딱 맞아 캐스팅

- 20년간 영화 10편 원없이 찍어
- 올 APM에 신청한 '사진관 소년'
- 역사·사회에 대한 내면 그릴 것

전수일 감독은 부산 예술영화에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같은 존재다. 그는 1997년 '시간에 대한 3부작'인 옴니버스 영화 '내 안에 부는 바람' 이후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검은 땅의 소녀와'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영도다리' '핑크' '콘돌은 날아간다' 등 예술영화를 자신에 세운 동녘필름과 함께 부산을 기반으로 꾸준히 연출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 영화계에서도 인정받는 감독이 됐다.

특히 데뷔작인 '내 안에 우는 바람'은 1회 BIFF 때 와이드 앵글 부문에 초청돼 운파상을 받은 인연이 있으며, 이후 거의 모든 작품은 BIFF에 초청받았다. 올해에는 조재현 주연 '파리의 한국남자'가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에 초청됐다. '파리의 한국남자'는 프랑스에서 신혼여행 중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헤매는 남자의 내면을 그린다.

지난 20년간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욕망과 의식을 다양한 인물을 통해 보여준 전 감독을 BIFF 열기가 뜨거운 해운대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파리의 한국남자' 중 한 장면.

-BIFF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20회를 맞이한 BIFF를 보면서 남다른 소감이 있을 텐데….

▶1회 때 초청받은 데뷔작부터 인연이 시작됐는데, 지난 20년이 BIFF와 같이 온 것 같다. 20년이 흘렀다고 하니 묘한 느낌이 있다.

-'파리의 한국남자'의 모티브는 무엇인가?

▶과거 파리 유학할 때 파리로 신혼여행을 온 부부가 있었는데, 아내가 실종되고 1년 만에 찾은 실제 사건이 있었다. 영화는 아내가 실종된 지 2년 후로 그려지는데, 남편이 아내를 찾는 과정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행으로 그렸다.

-파리와 마르세유 등 프랑스에서 촬영했다. 촬영 장소는 인물의 내면을 반영하는데, 프랑스 촬영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노숙자처럼 된 남자의 시선을 찍어야 했기에 파리의 관광 이미지는 다 빼버리고 주인공의 내면을 반영할 공간을 찾았다. 아내가 납치돼 사창가로 팔린 것으로 설정해 파리의 국제창녀거리나 차이나타운을 갔다. 모든 장소는 당국의 허가가 필요해 애를 먹었는데, 촬영은 재미있었다.

-조재현 씨와 '콘돌은 날아간다'에 이어 연이어 촬영했다.

▶조재현 씨가 가장 어울리겠다 싶었다. '파리의 한국남자'는 조재현 씨가 출연한 '내 안의 부는 바람'이나 설경구 씨가 출연한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의 정서가 있다. 그것을 연결하고 싶었다.

-같은 부문에 초청된 조재현 씨의 감독 데뷔작 '나홀로 휴가'를 봤는가?

▶완성된 작품은 못 보고 시나리오 초고를 보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조재현 씨가 함께한 감독 중 내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했다더라.

-계획하는 다음 작품은 무엇인가?

▶20년간 10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했다. 마지막으로 역사와 사회에 대한 것을 한 인물의 내적 시선으로 보여주는 것을 해보려고 한다. 올해 BIFF APM 프로젝트에 지원한 '사진관 소년'이 그 작품이다. 이번에는 펀딩이 다 된 다음 들어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