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지만 변화는 원치 않는다. 아니, 새로움을 찾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변화를 위해 길을 나섰다가 내가 가진 '치즈'조차 놓칠까 두렵다. 일상이 지속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다른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은 대학을 졸업하던 때부터 늘 공존해왔다.

스펜서 존스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2000년 초판 발행 이후 현재까지 52쇄나 발행되며 여전히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십 년 전 책을 읽었을 때와 달리 다시 읽게 된 책의 이야기는 무척 생소하게 다가왔다. 머리로만 이해했던 '치즈'의 의미를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까? 새로운 일이 두려워, 썩은 치즈인 줄도 모른 채 그저 현재에 안주하려고 한 내가 '헴'과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책에는 네 명의 인물(생쥐 스니프와 스커리, 꼬마 인간 헴과 허)이 등장한다. 이들은 어느 날 평생 먹고도 남을 '치즈'를 발견한다. 만약 우리가 노력 없이 평생 먹을 치즈를 발견한다면 어떤 행동을 취할까? 멀리 갈 것도 없이 뉴스나 신문에서 자주 접하는 일이지 않나? 로또 1등에 당첨되어 인생역전을 이루는 이들의 소식 말이다. 달콤하면서도 위험이 도사리는 '치즈'(로또의 일확천금)의 편안함을 꿈꾸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책에서 말하는 이 치즈는 좋은 직장, 재물, 명예 등 인간의 욕망을 아우르는 개념과 다르지 않다.

'치즈'를 발견한 생쥐와 인간의 행동은 흥미롭다. 생쥐들은 매일 아침 창고에 쌓여있는 치즈의 작은 변화를 주시하며 치즈를 발견하기 전과 다를 바 없이 행동하지만 치즈가 영원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 인간은 치즈가 주는 달콤함에 점점 게을러진다. 그러던 어느 날 치즈가 사라진다. 생쥐들은 치즈가 사라지자마자 다른 치즈 창고를 찾아 떠나지만, 인간은 갑작스럽게 다가온 불행에 좌절한다. 왜 자신들에게만 이 기막힌 일이 생겼는지 분노한다.

헴과 허는 치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 있다. 왜 치즈를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했을까? 알라딘의 램프처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치즈였지만, 램프를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처럼 치즈 또한 썩든, 누군가 먹든 사라지기 마련이다. '언제' 사라지느냐를 모를 뿐이다. 그러니까 그것을 빼앗겼다고 분노하는 것은 자신의 게으름 또는 무능력을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견디다 못한 허는 떠나고 헴은 텅 빈 창고에 남아 치즈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누구에게나 일상이 변하는 것은 두렵고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치즈에 곰팡이가 생기는 것처럼, 우리의 삶 또한 갈등과 사건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사건이 갑자기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자(헴, 허)와 준비하는 자(스니프, 스커리)가 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미래의 변화에 촉수를 세우고 살 것인지, 현재의 삶에 안도하고 안주할 것인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책을 읽는 내내 고민하게 한다. 아마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봤음직 한 '치즈'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