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회관(왼쪽), 부산시립미술관

# 부산문화회관장 이승호 씨

- 부산MBC 기획조정실장 출신
- 문화계 "잘 몰라 평가도 못해"
- 비리 의혹 등 최대 위기 속
- 해결해야할 난제 많아 우려

# 시립미술관장 김영순 씨

- 국내외 다양한 활동했지만
- 지역에선 생소한 인물
- 존재감 각인 등 각종 현안
- 해결에 외부 입김 등 걱정

부산시가 31일 부산문화회관 및 부산시립미술관 관장 내정자를 발표했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일단 '뜻밖의 인사'가 결정됐다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난제가 쌓인 상황에서 예상 밖의 인사가 수장에 오르게 되자 지역 문화계는 한편으로는 기대를,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는 개방형 직위 공모 결과 문화회관장에 10명, 미술관장에 7명이 응모했으며 문화회관장에 이승호(60) 전 부산MBC 기획조정실장, 미술관장에 김영순(63) 한중수교기념사업추진단 대표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신원조회 등 행정절차를 거친 뒤 이 문화회관장 내정자는 이달 중순, 김 미술관장 내정자는 현 관장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말께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이승호 내정자-무엇을 할 수 있나?

이승호 씨

이 문화회관장 내정자는 부산MBC에서 33년 재직하면서 편성제작국장, 경영국장, 본부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친 인물로 알려졌다. 시는 "기획추진력이 강하며 합리적이라는 평을 들었고 2011년 부산시 문화상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내정자 소식이 알려지자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누군지 잘 모른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얽히고설킨 현재 문화회관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겠느냐?" "현재 상태라면 문화회관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 내정자는 방송계에서 오래 일했지만, 상대적으로 문화예술계에서 낯선 이름이다. 그래서 일부 예술계 인사는 이 내정자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일부는 비관적 시각을 드러냈다. 문화회관이 지금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첫 개방형 관장으로 관심을 끈 전임 관장이 최대 5년 임기의 절반도 못 채우고 물러났다. 이로 인해 떨어진 관객과 매출액을 올려야 하는 등 숙제가 쌓였지만, 당장 문화회관은 한 달 동안 부산시의회 특별조사위원회의 행정사무조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김병환 시의원이 제기한 심사 채점표 조작 여부는 핵심 쟁점이다. 문제는 행정사무조사에서 끝나지 않고 경찰과 검찰 조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특별감사와 경찰,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직원 간 반목과 패배주의가 극에 달한 문화회관이 올해 비슷한 일을 되풀이하면 파행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이 내정자가 조직 안정과 경영 혁신을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겉으로는 문화회관장이 문화회관의 재단 법인화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문화회관의 재단 법인화는 부산시에서 담당해 관장의 역할이 미미하다.

한 예술계 인사는 "이 내정자를 정확히 몰라 평가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한 뒤 "지금 문화회관은 대책이 없는 상황인데 과연 시가 그런 문제를 알고 뽑았는지, 또 내정자가 문화회관 문제를 알고 지원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이 내정자가 공연기획, 극장 경영에 전문가인지 물어보고 싶다. 어느 쪽도 아니라면 상황은 심각하고, 부산시장 주위에 문화 전문가가 너무 없는 셈"이라고 밝혔다.

■김영순 내정자-그는 누군가?

김영순 씨

김 미술관장 내정자는 첫 여성 관장으로 이름을 올린다. 또 서울 등에서 주로 활동해 역대 관장 가운데 부산 출신이 아닌 두 번째 관장이 될 전망이다. 김 내정자는 홍익대에서 학부와 석사, 박사 과정을 거쳤고 예술의전당 예술감독, 대유문화재단 영은미술관장을 역임했다. 또 도쿄대 객원교수, 한일 현대미술교류전 기획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 글로벌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김 내정자에 대해 부산 지역 작가, 비평가, 교수 등 대부분은 "모르는 이름이다. 도대체 누구냐?"는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우려 목소리도 높다.

한 미술계 인사는 "미술관장은 부산 미술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지역 미술계에서 생소한 인물이 관장으로 왔는데 어떤 의미인지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미술관은 2004년 제3대 김용대 관장이 취임할 때 지역 미술계가 외지인 출신을 관장으로 임명했다며 강하게 반발해 갈등을 겪기도 했다.

미술관 또한 현안이 많다. 지난 4월 문을 연 '이우환 공간'을 발전시켜야 하고, 2017년 개관 예정인 부산현대미술관과 관계도 정립해야 한다. 또 벡스코와 부산사회체육센터 사이에 끼여 존재감이 작아진 미술관을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 여기에 개관 후 지난 17년간 외형에 신경 쓰면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연구·교육 분야 등의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한 미술계 인사는 "내정자의 출신 지역보다는 지역 미술계와 교류하고 소통해서 서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벌써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고 외부 입김 걱정도 있어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